두 주로 나누어 서울둘레길 제4구간을 걸었다. 공식 16km지만 실제로는 30km가 넘는다. 지하철역 중심으로 말하면 사당역이 서쪽 끝이고 수서역이 동쪽 끝이다. 그 사이에 차례로 우면산(312.6m), 구룡산(307.7m), 대모산(291.6m)이 있다. 이 세 산은 서울 남동부 경계를 이루고, 5구간인 호암산, 삼성산, 관악산이 서울 남서부 경계를 이룬다.

 

우면牛眠산은 잠자는 소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이 이미 깊이 들어와 있구나, 싶은 풍경이 펼쳐져 있어 반갑다. 다른 산에 비해 버섯이 덜 눈에 띄어 소잔등이라 그런가?’ 하며 혼자 웃는다. 끝 무렵, 멋진 버섯을 발견한다. 거기 심취하는 바람에 겉옷 흘린 줄도 모르고 한참을 내려오다 되돌아가면서 보니 해가 넘어가고 있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아홉 골짜기를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완만한 능선 길로 들어서자마 버섯들이 보고 싶었다는 듯 줄 서서 달려든다. 버섯 삼매경에 들었다가 이번에는 스카프를 놓쳤다. 되돌아가면서 찬찬히 둘러보니 하늘 푸른 덕으로 숲도 이미 깊이 푸르러져 다시없이 싱그럽다. 뭉클 고맙다.

 

대모산은 할미산으로 불렸는데 태종 헌릉을 모신 뒤 어명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풍수상 매우 뛰어난 길지라고 한다. 나중에 순조 인릉이 옆에 더 모셔져 흔히 헌인릉이라 부른다. 길가에 제법 커다란 백양나무 한 그루가 누워 있다. 꺾어진 나무 하나 없도록 절묘하게 방향을 잡아 쓰러졌다. 대모산 이름이 그저 명칭만은 아니구나, 싶어 숙연해진다.







끝 무렵 잘못된 안내 표지를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되돌아가 길을 찾았다. 되돌아가는 일이 거듭되자 문득 어떤 사색이미지가 형성된다.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통속한 인과적 시간관을 넘어선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동시성과 상응 이야기를 되작이며 저녁 약속한 가족에게로 향한다. 무거운 다리 치고 가벼운 걸음이 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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