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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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체가 최고로 이완되어 있고 가장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는 가장 위기상태일 때입니다........(거꾸로 말하면-인용자) 가장 위기상태일 때, 신체 감도와 잠재적 운동 성능이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 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수련을 반복합니다. 이는 제자가 스승의 주도권 아래 놓이는경험을 반복하는 일입니다.......심신 감수성을 최대한 민감하게 만들어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미세한 차이로 뒤좇을 때 신체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사제관계에서 스승을 따라하게 하는 일은 스승을 롤 모델 삼아 흉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롤 모델을 뒤좇는 몸짓 자체가 목적이어서 그렇게 합니다. ‘뒤좇아 오도록 하는그 자체가 교육입니다.(60~61)

 

두 사람이 대결할 때, 누가 이기든 위기상태는 동시에 온다. 이기는 자도 지는 자도 신체가 최고 상태를 맞을 때 승부가 난다. 이기는 자만 최고 상태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자도 최고 상태에서 진다. 둘의 차이는 상대방 신체 상태를 누가 먼저 알아보느냐 하는 데 있다. 수련할 때라면 그 승자가 스승이다.

 

스승이 최고 상태 신체로 기술을 걸면 제자는 최고 상태 신체로 그 기술에 걸려 넘어간다. 제자는 반복해서 넘어가면서 넘어가는 자기 신체는 물론 넘기는 스승의 신체를 필연적으로 감각한다. 지는 신체에 이기는 신체가 닿아 있지 않다면 이김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기를 거듭하는 제자 신체에는 이기는 스승 신체가 녹아서 배어든다. 그 신체들은 둘임과 동시에 하나로 계승되고 재창조된다. “뒤좇는 몸짓 자체가 목적인 까닭이 여기 있다.

 

뒤좇기 교육은 생사·승패가 정신 문제라는 점만 다를 뿐 숙의치유에도 적용된다. 모든 정신장애가 발달불균형증후군이라는 본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스승을 뒤좇는 제자교육 방식은 숙의치유 근간이 된다. 평등한 인격 간 상호작용이라는 치유 대원칙을 뭉그러뜨리지 않는 한, 자상하고 끈덕진 뒤좇기 인도가 필요하다.

 

숙의치유자로서 살아온 세월 동안 이루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사연이 많지만 역시 가장 기쁘고 즐거운 순간은 숙의하는 과정에서 아픈 사람이 건강한 제자로 탈바꿈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때다. 그들이 아픔과 슬픔을 이기고 새롭게 태어나는 눈부신 광경은 대체불가 자랑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동료들이 부럽지 않은 대체불가 자부다. 이 삶이 언제나 옹글게 나아가려면 스승이 언제나 옹글게 깨어 있어야 한다. 멈춰선 스승을 뒤좇는 제자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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