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순환둘레길 안양 구간을 걸었다. 공식으로는 10km인데 중간에 길을 놓치는 바람에 18km를 걷게 되었다. 집을 나서서 돌아오기까지 총 22.5km로 하루 기록 최고치를 경신했다.^^
길을 놓치고 헤매는 동안 지나가는 상념이 인생 과정과 포개진다. 가벼운 공포, 분노, 체념, 투지, 평정, 우연한 재회에서 느끼는 기쁨, 길을 놓쳤기에 발견한 경이를 감사함, 전반을 조망할 때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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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인덕원역 근처 길섶 소슬한 풍경으로 눈길이 달려간다. 아직은 이른 계절이라 큰봄까치꽂 낯빛이 스산하지만 서쪽으로 완연히 기운 해를 향해 배시시 웃는 모습은 그럼에도 건강해보인다.
내 생에 다시 봄날이 올 수야 없겠지만 가을 빛을 봄 빛으로 느끼고 피어나는 꽃처럼 기지개 활짝 펴보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겠다. 길 놓치는 또 한 풍경인들 어떠랴. 볕 다사롭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