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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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꿈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는.......현실적 바람이 아니라 오히려 꿈을 꾸는 그 자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꿈속에서는 인과관계가 뒤집히고 크다: 작다, 좋다: 나쁘다 같은 상반된 의미가 동일한 말로 말해진다.......시간조차 거꾸로 흐른다. 인간은 이러한 거꾸로 된 세계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데, 꿈꾸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거꾸로 된 세계를 왕래하는 일 자체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꿈속에서 인간은 일시적으로 인간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한다.

  .......인간은 혹시 인간 아닌 상태와 인간인 상태를 정기적으로 왕래하는 일을 통해 그때그때 자신을 인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아닐까.(39~40)


 

꿈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아직도 인간은 다 알지 못하고 있지만, 꿈이 단지 일 뿐이지 않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장자 나비 이야기를 호사롭게 인용하지 않더라도 꿈속 현실이 지니는 실재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문제에 관해 우치다 타츠루가 통찰해낸 진실은 실로 예리하다: 꿈은 현실 욕망의 도구가 아니다. 현실 인간이 꿈 비인간을 넘나들면서 매순간 새로이 스스로를 창조하므로 꿈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에 따르면 꿈은 누락 불가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꿈꾸는 몸도 꿈 서사도 모두 커뮤니케이션 당사자다. 꿈꾸지 않는 몸과 서사를 현실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둘 다 비대칭대칭을 이루는 현실 실재다. 꿈꾸는 동안 심지어 변온동물”(37)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 극명한 가로지름을 통해 인간은 하루 한 번씩 스스로를 거듭해서 창조하는 동사존재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아니다. 인간이기 위한 도상에서 꿈 장인 잠은 존재론적 본성을 지닌다. 꿈이 잠 못 자게 하는 자극을 진정시켜서 계속 자도록 하는 이야기 기능”(37)을 지니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충분한 잠, 풍부한 꿈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

 

이 통찰을 더 핍진히 밀고 가본다. 꿈꾸는 동안 인간 아닌 상태가 되는 일은 변온동물 정도에서 멈출까? 나는 더 이전 상태로 소급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존스홉킨스의대 병원에서 환각버섯을 사용해 우울장애 치료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버섯은 곰팡이다. 곰팡이 본성을 지닌 물질이 인간 뇌에 작용해 인간 의식에 고착된 편향인 정신장애를 풀어내 치료한다면 그 과정에 있는 뇌와 뇌가 변화시키는 생명 상태가 곰팡이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곰팡이 네트워킹 본성과 상응함으로써만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각물질이 이끌어내는 환각 상태와 본성이 같은 인간 꿈은 생명역사를 관통하는 인간 이전 미소생명 상태 서사를 풀어낸다. 충분한 잠, 풍부한 꿈은 인간을 인간 너머 아득한 미소생명과 커뮤니케이션하게 한다. 그 커뮤니케이션은 공생을 환기하고 기리는 제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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