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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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학에서는 contact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메시지를 교류메시지라 부른다. 전형적 교류메시지는 전화를 걸 때 말하는 여보세요. “여보세요이 회선은 통하고 있나요?”를 뜻한다. 그에 대한 여보세요라는 응답은 “contact가 이루어지고 있어요!”를 뜻한다. contact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방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일이다.

  교류커뮤니케이션 목적은 통신회선 설치, 즉 커뮤니케이션의 커뮤니케이션 혹은 닫혀 있는 커뮤니케이션 개방이다. 그런 관지에서 여보세요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메타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인류는 여보세요라는 부름과 여보세요라는 응답으로 최초 언어활동을 시작했으리라.

  커뮤니케이션은 말이 지닌 의미가 아니라 말이 발신자에게서 수신자에게로 보내질 때 수신자가 느끼는 반대급부 의무감에서 동기 부여된다(클로드 레비스트로스).......태고 어느 날, 어떤 인간이 어떤 음성을 발했다. 그 음성을 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증여라고 느꼈다. 경제인류학에 따르면 증여를 받은 자는 증여로 말미암아 생긴 불균형을 오직 그에 대한 가치 보완, 즉 응답하고 답례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31~32)

 


인간은 여보세요 인간homo hello이다. 소통과 교환은 결여를 상보하는 상호의존적 존재로서 인간이 일으키는 본성사건이다. 증여라는 표현이 경제인류학 문맥을 반영한 전문적’ ‘기술적용어인지는 모르지만 대뜸 인간본성에 가 닿을 수 있는 촉감 어린 말은 아니다. 정확한 상응어로 선사膳賜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요즘은 흔히 쓰지 않으니 선물정도로 하면 훨씬 더 살갗에 와 닿는다.

 

인간은 선물 인간이다. 선물 주고받기는 여보세요에서 시작됐다. 여보세요가 선물이 되는 조건은 말이 지닌 의미가 아니라여보세요로 말미암아 생긴 불균형을 오직 그에 대한 가치 보완, 즉 응답하고 답례함으로써 해소할 수있는 다른 여보세요 발화 자체다. 가치 보완, 즉 응답과 답례는 화폐적 득리得利가 아니다. 존재론적 결여를 해소해 비대칭대칭 구조사건을 온전하게 만드는 득리得理.

 

비대칭대칭이므로 여보세요는 같은 말이고[일치 또는 연속] 다른 징후다[모순 또는 단절]. 이 역설이 뭉그러지는 과정은 개인적 불편에서 질병으로, 질병에서 사회악으로 번져간다. 숙의치료를 하는 의자로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능동 정치행위를 하는 시민으로서 나는 역설이 뭉그러지는 모든 과정에 세밀히 관여한다. 삼일절, 매판 아이콘인 대통령후보가 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기막힌 풍경이 연출되었다. 참담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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