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 집회의 수행성 이론을 위한 노트
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외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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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의 반대는 안정이 아니다; 오히려 살 만한 삶을 위한 상호의존성이 가능해지는 평등한 사회·정치 질서를 향한 투쟁이다.(103)


 

수행성은 일상적 불안정을 야기한 일극권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이 권력을 잡아 일극안정을 누릴 때까지 밀어붙이는 혁명 공학工學이 아니다. 수행성은 혁명 도학道學이다. 도학은 일극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등한” “상호의존성을 부단히 상연한다. 부단한 상연을 일러 투쟁이라 한다. 투쟁은 낭자한 파동으로 번져가는 동사다. 완전한 완성은 없다. 완성이 없어서 참 도학이다. 참 도학의 오래된 기억을 소환한다.

 

전쟁의 반대는 평화가 아니다; 하느님 통치βασιλεία τοθεο.”

 

흔히 The Kingdom of God으로 번역되지만 βασιλεία τοθεο는 동사다. 영속하는 도학혁명이다. 우리가 내세운 수행성 명제와 정확히 평행하는 기독교신학 명제다. 물론 기독교는 실패했다. 현존 기독교는 못다 벗은 용의 허물이거나 전설을 먹고 사는 유령이다. 허물이거나 유령이 지닌 DNA 주요부분을 물려받는 서구문명이 바로 오늘 불안정을 야기한 일극권력이다. 우리 수행성은 이 권력 목전에서 상연되고 또 상연된다.

 

살 만한 삶을 위한 상호의존성이 가능해지는 평등한 사회·정치 질서”, βασιλεία τοθεο는 살 만한 삶을 위한 상호의존성이 가능해지는 평등한 네트워킹, 곧 식물 이전 생명들이 벌이는 entangling의 은유다. 우리는 이 생명 감각을 낭자하게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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