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 집회의 수행성 이론을 위한 노트
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외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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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안에서 사회적 관계성을 끌어오는 관점은, 연대 문제를 사유할 때 정체성 중심 존재론이 가진 부적절함을 이해하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문제는 내가 여러 정체성들 집합이 아니라 이미 어떤 복합체assembly라는 사실이다.(102)


 

인간이 만든 언어로 말할 때 불가피하게 인간 이외 모두는 은유 대상이 된다. 실재는 그 반대다. 인간 생명과 생명활동 모두가 식물 이전 생명의 은유다. 인간 사회는 공생의 은유다. “내가 여러 정체성들 집합이 아니라 이미 어떤 복합체assembly라는 사실도 공생의 은유다. 단순한 세포내공생에서 얽히고설킨 네트워크까지 박테리아, 곰팡이, 지의류, 식물 공생 이치가 동물 몸은 물론 그 몸들 사이를 흐른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 내부 언어와 논리로 이 문제를 푼다. 내가 주디스 버틀러를 읽으면서 느낀 답답함은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식물 이전 생명이 지닌 modularity, networking, emergence 소식을 안다면 이렇게 현학적이기까지 한 현란한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서 더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수행성 이상performativity ideal”에 핍진히 다가간다면 얼마나 큰 축복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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