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 집회의 수행성 이론을 위한 노트
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외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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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수행성이 종종 개인 수행performance과 결부되어왔다면, 우리는 오직 조직화한 행동을 통해서만 작동하는 수행성에 다시 주의해야 한다, 즉 복수 형태 행위와 저항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실천을 재구축하는 일이 조건이자 목적인 수행성 형태들에 다시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이런 행위는 내 행위도 아니고 네 행위도 아니다; 우리 사이 관계에서 발현하는 무엇이다; 나와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호한 실재다.(17~18) , 그 자체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어떤 통일된 개체로 융합되지 않고서도 동시에 우리.(77)

 

동아시아 사유에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그러니까 .......동시에 우리.라는 통찰이 오랜 전승으로 내려온다. 개체와 전체, 그러니까 나와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호한 실재를 진즉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호한 실재를 다자보다 일자 쪽에 치우쳐 이해한 측면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 자체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어떤 통일된 개체로 융합되지 않고서도라는 말에 기울인 주의가 너무 소홀했다. 그 결과 중국은 공산당, 일본은 자민당, 북한은 노동당, 남한은 매판카르텔 일극지배가 입때껏 드세다.

 

이 일극지배는 극소수 권력중독집단이 우리를 전유한 현상이다. 전유 수단이 바로 통일된 개체로 융합하는 폭력이다. 통일된 개체, 즉 융합된 들은 전체인 우리를 이룰 수 없다. 똑같은 들의 집합은 전체가 아니라 덩어리개체일 뿐이다. ‘아닌 를 자유롭고 평등한 독립 존재로 인정할 때, ‘다른 나가 성립하고, 가 수행성을 창조할 때, ‘우리가 된다. ‘우리라는 개인이 문안으로 들어오거나 문밖으로 나가며.......혹은 노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소환”(76)되는 바다.

 

동아시아 전승 맞은편에 서구, 특히 미국이 있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개체와 전체가 충돌할 때 개체가 우선한다는 이념을 천명했다. 미국은 실제로 이 이념을 축으로 융성해 패권국가가 되었다. 세계 통치도 이런 이념을 따른다. 물론 이때 개체는 오직 미국이다. 미국에는 외국 개념이 사실상 없다. 미국 하원의원 86%가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우치다 타츠루 소통하는 신체202~203) 개체 간 경쟁에서 일등 개체만 개체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그 아래 무릎 꿇어야 하는 세계 체제를 구축해 한창 구가 중이다.

 

개체를 전체에 매몰하든, 일등 개체가 전체를 장악하든 결과적으로 같은 수탈구조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이치로 현실화하는 이유는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두려움과 게걸스러움과 어리석음을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 수행성은 불멸화두다. 수행성은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에서 기원해 일즉다 다즉일로 향해 가는 현재진행형 근사approximation운동이다. 현재진행형 근사운동은 낭·풀 본성에서 발원했다. ·풀 본성은 곰팡이 본성에서 발원했다. 곰팡이 본성은 원핵생명체 공생에서 발원했다. 정치는 그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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