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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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명처럼 규칙성에서 더 정교한 규칙성이 나오지 않고 반대로 불규칙성에서 규칙성이 나오기 때문에 인간은 곰팡이가 자기성장을 조율해 버섯 피워내는 원리에 아직도 본격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396~397, <살아 있는 미로: 곰팡이가 길을 찾는 방법> 미주13. 참조) 곰팡이가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지혜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린 마굴리스가 확립한 내부공생설에 따르면 초기 진핵생물은 단세포 유기체가 다른 단세포 유기체를 삼켜 공생이 이루어짐으로써 생겨났다. 이 현상을 단세포 유기체가 다른 단세포 유기체를 뚫고 들어갔다고 표현하든, 단세포 유기체끼리 결합했다고 표현하든, 두 원핵생물이 일으킨 상호작용에서 진핵생물이 기원했다는 내용은 동일하다.

 

삼키는 유기체도, 뚫고 들어가는 유기체도, 서로 결합하는 유기체도 목 내놓고예측불허 미래 속으로 뛰어들어 한판 붙는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투 끝에 적정 거래가 성립해 호혜공생이 이루어지기까지 혼돈은 전방위·전천후로 계속되었으리라. 이 혁명 경험이 곰팡이 몸에 오롯이 새겨져, 지의혁명으로, 식물혁명으로 번져가지 않았을까?

 

혁명은 가장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자리는 혼돈을 본질로 한다. 혼돈에서만이 새로운 질서가 일어난다. 새로운 질서는 어떤 경우에도 완벽하지 않아서 아무 때에도 완성되지 않는다. 혁명은 계속된다. 혁명 경험이 주는 지혜도 부단히 번져간다. 인간 지혜는 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혜 혁명에 참여하는 인간은 늘 가장자리에 선다.

 

가장자리에 서는 인간은 찰나마다 죽는다, 아니, 스스로 죽인다. 그렇게 찰나마다 스스로 죽이지 않으면 찰나마다 지혜가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지혜이고서야 생명네트워킹 일원이 되므로 기쁘게 스스로 죽임으로써 살아간다. 최후까지 나는 노래하는 제물이며 넙죽 엎드린 제자며 춤추는 사제다. 모가지는 늘 말랑말랑 나울나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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