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공유 균근 네트워크 연구는 정치 부담이 가장 크게 따라다니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 시스템을 숲 자산을 재분배하는 사회주의 한 형태로 묘사한다.......이 네트워크를 식물과 곰팡이가 합리적 이성을 지닌 경제주체로, 주식시장에서 경제제재’, ‘전략적 투자’, 그리고 시장수익에 간여하는 생물학적 시장이란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355~356)

 

어떤 학문이나 종교나 특정직업 분야가 정치에서 독립적 또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억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에서 너나없이 걸어두는 현수막이다. 심지어 검찰까지 이 현수막 걸고 자기 영역을 수호해왔다. 검찰 수장이었던 자가 사표 던지자마자 수구정당 대통령후보가 되고, 그 일을 매판언론이 만들어주고, 근본주의 종교가 뒷받침해주고, 미학 저술가와 의대 교수 선동가가 나팔수 노릇 해주는 오늘 우리사회 살풍경을 보면 그 현수막이 실은 연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알처럼 확인할 수 있다.

 

균근 네트워크를 각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묘사할 때, 그들 자신이 자연과학자라는 사실을 잊거나 그 묘사가 정치적 은유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미필적이 아닌 명백한 고의로 한 가치판단 관련 언술은 description이 아니고, prescription이다; 자신이 정치적으로 어떤 관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선언한 행위다.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지평 관계없이 인간문명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이 점은 불변하는 진실이다. 진실과 늘 다른 현실에서 대부분 그 당사자들은 시종일관 bullshit이다.

 

저들이 아둔한 까닭은 정치적이 아니라는 주장 자체가 기득권층, 우리로 치면 매판세력에 부역하는 정치적 입장이라는 고백임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체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체 해도 괜찮은 까닭은 대중이 일부러 인간적무지 속에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 무지라고 구태여 말하는 까닭은 네트워킹 하는 균근이면 모를 수 없는 진실을 인간이어서 모르기 때문이다. 중첩적 아둔함을 또 다시 모른 체 하며 균근 네트워크를 의인주의로 몰아넣는 이 도저한 무저갱 아둔함이라니. 무저갱 바닥까지 닿을 동아줄을 생각해본다.

 

곰팡이를 전형적인생명체로 바라본다면 인간 사회와 관습은 얼마나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될까?(360)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근원혁명이 이루어질 텐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인간 언어다. 언어는 본질상 은유다. 은유 전복이 없는 한 근원혁명은 악무한이다. “곰팡이를 전형적인생명체로바라보는, 그러니까 인간을 곰팡이로 은유하는 언어[擬黴法]가 가능할까? 능력 너머 질문이다. 다만 인간 한계부터 냉정하게 짚으면 어떻게 은유해야 하는지 방향 정도는 알 수 있지 싶다. 인간 한계 요체는 동물로서 인간 몸이 장기중심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곰팡이 같은 거의완전한 네트워킹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네트워크라는 말부터 실재에서 곰팡이 아닌 인간에게 아득한 은유다. 인간은 이 진실을 거꾸로 뒤집어 곰팡이에게 은유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실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자체도 인간에게 턱없는 은유다. 따지고 보면 곰팡이 네트워크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거의완전한 정치경제학을 구사한다. 인간이 도리어 곰팡이 생명윤리를 은유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네트워크에 목숨 걸어야한다. 곰팡이를 전형적인 생명체로 바라보고 거기서부터 모든 언어와 행위를 다시 창조해내야 한다.

 

재창조가 아니면 파멸이다. 파멸 위기를 뚫고 가는 유일한 길이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로 가는 길은 파멸에 준하는 험난한 길이다.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인간중심 문명을 발본 혁파, 그러니까 내파implosion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능력 너머 의문이 떠오른다. 인류는 어떻게 스스로 내파해낼 수 있을까? 내 능력껏 대답한다면, 참 이상한 말장난 같지만, 내파 방법은 네트워킹이다. 네트워킹으로 일극집중구조인 인간 문명을 무너뜨리고 무한중첩 네트워킹을 만드는 과정이 내파며 재창조다. 비대칭대칭 안팎은 결국 같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내파를 거듭하고 있다. 60갑자 넘게 살아온 생명체 사회와 관습을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지점부터 점검하면서 전형적 생명체를 향해 네트워킹 빛띠(스펙트럼)를 조정해간다. 세계를 말하기 전에 나부터 말해야 도리에 맞다. 나는, 아니 일단 강용원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ᄂᆞ울은 곰팡이 시점에서 회상어법으로 말하는 전미래 언어를 실험하는 중이다. 니마고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