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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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을 키워내는 곰팡이 대부분은 인간이 만든 폐기물에서 잘 자란다.......멕시코시티에서 배출하는 고형 폐기물 5~15%가 기저귀다.......가장 소비량이 많은 버섯 중 하나인 느타리버섯도 쓰고 버린 기저귀를 먹이로 잘 길러낼 수 있........ 기저귀를 먹이로 두 달 동안 느타리버섯을 키운 뒤 플라스틱 커버를 벗기면 처음 공급했던 기저귀 무게에서 85%가 줄어 있다. 폐기된 기저귀를 두 달 동안 그대로 둘 경우 고작 5%가 줄어들 뿐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기른 버섯은 사람이 먹어도 질병 위험이 없고, 건강에 문제가 없을 만큼 품질이 좋았다.(305~306)

 

근본적으로, 곰팡이는 환경을 복원하는 데 최고 능력을 지닌 유기체다. 균사체는 수십 억 년 진화사에서 단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단련되었다. 바로 분해다. 균사체는 몸을 가진 식욕 그 자체다.......그러나 분해는 전체 이야기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곰팡이는 자기 조직 내부에 축적된 중금속도 안전하게 제거한다. 그물처럼 조밀하게 얽힌 균사체는 물을 거르는 필터로도 작용한다. 균류여과 과정은.......감염성 질병을 없애거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중금속을 흡수할 수도 있다.......폐전자제품에서 금을 회수하는 데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312)

 

코로나 재앙은 물론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문제가 주제일 때 동물, 특히 식용가축이나 식물을 중심으로 하는 담론이 압도적인 이유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다루므로 접근이 쉽고 결과도 현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실을 밟고 넘어가 대부분 편향으로 고착한다. 많은 경우, 과학 하는 사람이면서도 당사자들은 동물중심주의, 식물중심주의를 날카롭게 포착하지 못한다. 이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문제의식을 늦추는 사이 변방에서는 아마추어 또는 풀뿌리 운동이 일어난다. 균형과 전진은 언제나 그렇게 작동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풀뿌리 균학Radical Mycology 운동의 창시자 피터 맥코이Peter McCoy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독학 균학자로서 인류가 직면한 기술적·생태학적 문제에 균학을 이용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활동한다. 그는 온라인 균 학교인 마이코로고스Mycologos를 설립해 접근과 이해가 어려운 균학 지식을 쉽게 전함으로써 풀뿌리 균학 운동이 세계로 번져갈 수 있도록 정열을 쏟고 있다. 저자에게 박사학위를 준 케임브리지대학보다 이 힙합 아티스트가 세운 마이코로고스가 어떤 의미에서 지금 인류에게 더 절실한 교육기관인지도 모른다.

 


곰팡이를 분해할 때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세계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포타벨로버섯 바깥층으로 만든 물질은 리튬배터리 속 흑연을 대체할 물질로 꼽힌다. 몇몇 곰팡이 균사체는 흉터 제거에 쓰는 이식용 인공 피부로 효과가 높다.......곰팡이분해가 인간 행동 결과물을 해체하는 일이라면 곰팡이직조는.......새로 만드는 일이다.(324~~325) 곰팡이직조가 인류를 호혜적 공생관계로 이끌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지구가 처한 위기 때문에 곰팡이 잠재력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330)

 

피터 맥코이가 곰팡이 소화력에 힘입어 생태계를 정화·복원하는 일을 한다면 그 소화력 본진인 곰팡이 몸 자체를 직조에 이용함으로써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려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아직 뭐라고 큰 얘기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늘 우리 상상력을 앞지르는곰팡이 잠재력에 우리가 기댈 바 역시 우리 상상을 넘어서지 싶다. 다만 인류가 여태껏 저질러온 수많은 범죄가 선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상상력은 못해도 탐욕만은 곰팡이를 따돌릴 인간이기에 말이다. 특히 한국 재벌이 손대는 찰나 대박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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