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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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에서 식물과 곰팡이 사이에 정확히 무엇이 오가는지는 어떤 식물과 어떤 곰팡이가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식물이나 곰팡이가 되는 데도 여러 방법이 있으며, 균근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곰팡이 파트너는 식물 생장, 목질, 엽육, 과육 모두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229)

 

뇌에 관해 3%나 알까, 하면서도 현대과학은 마음=뇌라는 등식 아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마음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장미생물 축에 관한 지식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 그러면 대체 얼마나 많은 기존 마음 담론이 폐기될까. 여태껏 식물학자들이 써내려온 식물 담론에는 거의 대부분 곰팡이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곰팡이 지식과도 연결되지 않았다면 기록조차 되지 않은 남은 90% 이상 곰팡이 이야기와 결합시킬 때 얼마나 많은 기존 식물 담론이 폐기될까. 물론 과학 발전 역사가 으레 그렇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사실 우리는 늘 오류 구렁텅이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참담한 기분이 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지식 뒷문은 항상 열어놓아야겠다는 각성을 새삼 하면서 하는 말이다.

 

곰팡이가 식물 생장, 목질, 엽육, 과육 모두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직업인이 바로 한의사다. 자신이 다루는 한약재가 대부분 식물인데, 그 식물에 전방위·전천후 영향을 미치는 곰팡이에 대해 거의 전혀 모른 채 한약재 식물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일은 얼마나 피상적인가. 개인 차원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나 어차피 공부가 협소했다는 진실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같은 한약재라도 균근을 형성하는 곰팡이가 다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다양하게 연구해 정확하면서도 폭넓은 쓰임새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다양한 약재를 발효시킬 때도 사용하는 곰팡이가 다를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일은 특정인이 특정화할 사업문제가 아니다. 한의학 전체 문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곰팡이를 직접 마주한 한의학이 요구된다. 이는 기존의 사유를 전복시킨 곰팡이 한의학이다. 백색의학을 혁파할 새로운 꿈길, 멀지만 설레고 흥분되는 여정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가느냐는 우리가 어디까지 상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우리가 어디까지 상상하느냐는 우리가 우리 편견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달려 있다.”(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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