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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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자신이 위치해 있는 세계를 소화해 자기 몸속으로 흡수한다.......동물은 먹이를 자기 몸속에 집어넣지만, 곰팡이는 자기 몸을 먹이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100)

 

한의학 수천 년 전승은 장부臟腑를 구분하고 관계 지을 때, 표리表裏로 규정했다. 장은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으로 속, 부는 담소장위대장방광膽小腸胃大腸膀胱으로 겉이다. 인간 신체를 대롱으로 파악하여 대롱 바깥쪽 겉, 곧 피부와 안쪽 겉, 곧 소화관을 모두 겉으로 분류했다고 단순화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관지에서 보면 동물은 먹이를 자기 몸속에 집어넣지않는다. 동물, 특히 인간이 그렇게 여길 뿐이다. 자기가 먹이를 먹어 속으로 집어넣고 자기 힘으로 소화·흡수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실제로 먹이는 여전히 밖에 있고 많은 부분이 그 밖에 사는 소미 생명들 덕에 소화·흡수된다. 동물, 특히 인간도 본성상 곰팡이 생명 이치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다. 저자는 서구 전승사 한 줄기에 서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인간 생명체human biont는 곰팡이 생명체fungus biont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커 보인다. 그러나 자기 몸을 먹이 속으로 들어가게자신이 위치해 있는 세계를 소화해 자기 몸속으로 흡수하는 곰팡이 원리를 따르는 미소생명체들 무리swarm 현상인 실재가 엄존한다. 무리 현상임을 알아차린 인간은 자기 생명감각을 작디작게 갈아서 세계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내 세계는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가 아니라 내가 무심코 먹는, 아니 내 몸이 유심히 들어가는 조그만 곤드레 한 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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