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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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꽃무리(지의류)와 팡이무리(균류)를 공부하면 /풀 공부여정이 일단락된다. 여정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정확한 내 삶 자리Sitz im Leben가 어딜 지 아직 모른다. 삶 자리는 가능한 실천을 전제하므로 지식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풀과 팡이 사이 요동하는 풍경 속에 제법 머무르지 싶다. ‘식물을 중심에 세움이 아니라 식물 경험을 우선순위로 삼음에서 내 삶이 비롯한다는 천명을 확인해야 할 터이므로.

 

확인을 옹글게 하려 돌꽃무리(지의류)와 팡이무리(균류) 진실로 들어간다. 인간 생명체이므로 인간 경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이 지닌 개체의식 자체가 문화 생성물이라면 본질 차원에서 균열을 예감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박테리아, 바이러스 공부에서 깨친 바다. 인간을 중심에 두면 파멸한다. 가장자리 축복을 향해 떠난다.

 

이 책 원제는 ENTANGLED LIFE. 확인 순간, quantum entanglement가 먼저 떠올랐다. 우주 양쪽 끝에 떨어져 있어도 양자는 상호 소통한다는 양자물리학적 진실 말이다. 제대로 쓰면 더없이 좋은 말이지만, 이미 오염되고 가치 하락된 network보다 entanglement가 나을 성 싶다. 저자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내 언어 감각으로는 ENTANGLING LIFE라 하고 싶다. 마치 HYPHAE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듯. 우리말은 수동태가 사실상 없기도 하거니와, ENTANGLED라 하면 팡이가 스스로 엮어 화쟁하는 능동성을 지워버린 수동 상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팡이는 식물도 아닌데 식물 취급하는 인식 잔재, 그보다 먼저, 식물을 수동적 생명 취급하는 인식 유제부터 걷어내고 싶다. 이 자세로 돌꽃과 팡이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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