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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책 3권을 되작이며 미소생명체, 그리고 그들이 인간생명체와 나누는 공생 풍경을 톺아보았다. 개탄스러운 무지를 확인하는 한편, 날카로운 깨달음과 구체적인 도움도 얻었다. 나는 3가지 큰 변화를 일구었다.
1. <10-왜 먹는가?>에서 말했듯 생애 최초로 식사습관을 바꾸었다. 장 미소생명과 공생을 섬세히 하기 위해서다. 아직은 적응 단계다. 몸 생명도 장 미소생명도 오랜 기존 습관을 벗어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무엇보다 매일 찾아오던 막걸리가 발길을 거의 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2. ᄂᆞ울(너나울) 삶으로 전환했다. 인간생명체만 주체로 생각해 ‘나’라고 지칭했던 이 공생 생명체를 ᄂᆞ울(너나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ᄂᆞ’는 너와 나를 아우르는 말이다. 나들만 모여서는 우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나인 ‘너’를 인정함으로써 하이핑hyphaeing을 통한 우리가 가능해진다. 그 너나울을 ᄂᆞ울이라 한다.
ᄂᆞ울은 인정, 감사, 신뢰, 경청, 질문, 요청, 숙성, 실천, 성찰, 다시 인정으로 순환하는 숙의 공동체다. 숙의를 일단 기존 용어로 기도라 부른다. 이 기도는 인간생명체 일방행위로서 거대신 앞에 머리 조아리는 간청기도와 전혀 다르다. 몸 미소생명체는 물론 자연 미소 생명체와 낭/풀, 돌꽃(지의류), 팡이(균류), 말(조류)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명체가 참여하는 쌍방행위로서 당당한 요청기도다. 요청기도에는 탐욕이 틈입하지 못한다. 얽매임 없는 자율주체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결곡히 부딪치고 곡진히 합의하는 탱맑은 장으로 진입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3. 변화된 기도를 실천하면서 나는 아주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일심-화쟁-무애라는 연역을 무애-화쟁-일심이라는 귀납으로 뒤집어 인식함으로써 원효사상이 지닌 해체와 구성 전모를 통찰하기에 이르렀다. 이 통찰은 역사적 맥락으로서 원효가 천명한 화쟁과 내 맥락으로서 천명할 화쟁이 비대칭인 대칭을 이룬다는 각성이다. 원효에게 가는 길 47년차 끄트머리에서 마침내 더는 없을 소식을 들은 셈이다. 소리 없는 천둥이 친다.
공부는 계속된다. 이제 남은 공부 내용은 이 책에 실려 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가 지은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에 대한 책이다. 균은 팡이다. 팡이와 말이 공생하는 돌꽃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물론 이 이야기에 관한 내 이야기를 곧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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