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통상적으로 유전자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동종끼리 수직으로 전달되는 것이지만, 전혀 관계없는 이종 생물에게로 유전자가 이동되는 '수평유전'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생물 진화 원동력 가운데 하나며, 바이러스가 관여하는 일임에 틀림없는 듯합니다.(202)

 

수평유전이라는 말을 들을 때, 대뜸 수평으로 떨어지는 폭포라는 말 안 되는 말이 떠오른다. 수평유전이 생물 진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면, 유전은 뭐고 진화는 뭔가 싶다. 통시적 맥락을 조건으로 성립한 말이 우연한 공시적 개입으로 교란되고 있다. 을 포함해서 유전이니 진화니 하고서야 어떻게 기본 개념부터 붕괴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원점에서 짚어본다. 본디 유전은 보전이고 진화는 변화다; 보전은 유지고 변화는 중지다. 그렇다면 수평유전은 유전인가, 진화인가? 기존 개념으로는 담아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수평유전 자체가 모순에 가까운 개념을 끌어안은 신 개념일 수도 있다. 이런 신 개념은 진실에 육박하는 매력이 있다. 진실은 대개 역설이니. 역설에 바이러스가 관여하다니.

 

바이러스가 관여한다는 말은 바이러스가 다른 생물과 유전자를 주고받거나, 서로 다른 두 생물 사이를 가로질러 그들 유전자를 운반한다는 뜻이다. 유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진화라는 측면에서도 뜬금없는 일이다. 허나 생물 세계에는 합목적적이 아니라 대충대충 이루어지는 면”(79), 그러니까 인과관계 아닌 상관관계인 경우가 있다. 순전히 확률 문제다.

 

확률 문제조차 바이러스가 있어야 성립한다는 사실 만큼이나 바이러스 음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중요한 일은 결코 창조주 유일신 설계일 수 없다는 점이다. 지구 생태계가 진즉 사라지지 않고 여태도 번성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랜덤에 소복 쌓인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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