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비밀 -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있습니다.(21)

 

 

테리 이글턴 유머란 무엇인가주해리뷰5. <가면 벗기 또는 벗기기>(2020. 4. 8.)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시 프란치스코가 예수를 본받아 제자들과 함께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간다. 얼마쯤 지났을까, 제자 중 하나가 허기를 견디다 못해 몰래 밥을 먹는다. 스승에게 그 광경을 들킨다. 당사자 포함, 모든 제자들이 숨죽이며 처분을 기다린다. 스승은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리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가면을 벗고 약점의 희극적 연대가 시작되면 유쾌하다.”


가면을 벗으면 된다. 아시시 프란치스코는 예수를 본받아 가면을 벗었다. 예수는 신의 가면을 벗고 인간이 되었다. 죄 없는 인간의 가면을 벗고 사형수로 죽었다. 죽음의 가면을 벗고 무덤을 비웠다. 부활의 가면을 벗고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거점마저 지웠다. “나를 만지지 마라!” 우주 최강의 유쾌한 우스개다.


이리도 유쾌한 우스개가 바로 예수의 구원이다. 예수 장사꾼 집단인 기독교는 예수의 우스개를 따라 유쾌하게 웃지 않는다. 너무도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진지함·······점잖은 허구·······가면에 집착한다. 이 집착을 벗겨낸다면 코로나19야말로 전지전능한 하느님 아닐까.

 


인간이 쓰고 있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진지함·······점잖은 허구·······가면은 자신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전제하는 망상이다. 신에게 투사했던 시대에는 그나마 겸손이라도 떨었는데, 과학 주술에 사로잡힌 뒤부터 가면을 제 얼굴과 일치시키는 병증이 급격히 악화돼 비가역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휘두른 주먹 단 한 방에 넉 아웃이 되었다.

 

코로나19야말로 전지전능한 하느님이다. 결코 은유나 반어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인간 과학이 끝내 알 수 없는 비밀스런 어젠다를 지닌다. 코로나19는 단시간 내에 수십 억 인간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힘을 지닌다. 코로나19는 편재遍在한다. 코로나19 아니라도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어디에나, 모든 다른 생명체 개체 수 총합보다도 많이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피할 길은 없다. “위드 코로나를 꺼림칙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위드 바이러스로 단도직입 나아가야 한다. 편재하는 바이러스 대부분이 코로나19와 달리 해를 끼치지 않으며 심지어 이롭다. 더군다나 인간 게놈 상당수가 바이러스에서 기원한다니 그야말로 운명이다. 운명 앞에서 곡진할 때 그 운명은 천명이 된다. 이제 인간 천명은 바이러스를 향한다. coram V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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