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균, 나쁜 균, 이상한 균 - 똑똑한 식물과 영리한 미생물의 밀고 당기는 공생 이야기
류충민 지음 / 플루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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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구즉생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久卽生

 

3000년 전 중국 현자들은 생명은 궁함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변화하다 보니 통하고, 통하다 보니 오래 가고, 오래 간 것이 결국 생명 근본이라 생각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식물은 궁함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식물은 오랫동안 지구에서 지내며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 지녀야 할 중요한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 대부분은 미생물이나 곤충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라는 궁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변화한 이야기다. 반대로 식물에게 궁함이었으나 식물과 함께 적응해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변화가 된 미생물 이야기이기도 하다.......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곤충은 서로 궁함을 메워줄 대상으로 때로는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많은 병의 원인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미생물 불균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균형을 유지하면 병이 나지 않는다.......

 

지구를 잘못 사용한 대가로 인간은 다양한 궁함에 직면해 있다.......지구(자연)는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도 근본적인 변화를 말이다. 균형을 이루며 같이 사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른 식물과 다른 생명체와 공존을 생각한다면 변화를 위한 재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제발 지구를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해주기 바란다. 그 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 이상한 미생물까지 함께···.(257~260)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주역 사상 요약이다. 해석은 여기 저자처럼 궁함, 스트레스 정도가 보통이다. ‘질적 전환을 일으킬 만큼 양적으로 축적된 상황으로 읽는 견해가 더 주역 전체 맥락에 맞아 보인다. 은 궁박窮迫이기도 하지만 궁극窮極이기도 하다. 궁박과 궁극이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극에 달한공시적 지평, ‘때가 찬통시적 맥락이 결합된 상황을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협소함을 벗어날 수 있다.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최근 변화는 궁함에 처해서 극복하려고 그런다기보다 깨달음이 변곡점, 꼭 똑 그 카이로스에 도달해서 그러는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오랜 식사 습관을 바꾸는 일은 내 인간생물체의 어떤 궁함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 강용원이라는 인간생물체 이름으로 환유된 네트워킹생물체 전체는 물론 미소생물체에 온전히 감응하려고 홀연히 바꾸었다. 아내는 나더러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영혼은 오히려 덤덤하다.

 

인간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궁함맞은편에는 엄청난 누림이 있다. “다른 식물과 다른 생명체와 공존을 생각하지 않고 독차지한 풍요는 지구를 잘못 사용한결과물이다. 극에 달했다. 더는 안 된다. 때가 찼다. 다시는 안 된다. 그 잘못된 사용을 중단해 과잉된 누림을 거둬들여야 한다. 누림을 거둬들이면 상대적으로 궁함에 처한다. 그 궁함으로 흔연히 나아가야 한다. 이렇듯 벗어날 궁함과 끌어안을 궁함이 공존한다. 이치에 맞다.

 

이치에 부합한 사유와 실천은 이성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정서적 울림이 주는 감화와 일치가 없을 수 없다. 술을 하도 좋아해 아내가 술이 당신에게 뭐냐 물었을 때 엄마라고 대답했던 내가 식사 습관을 바꾸면서 실로 반세기만에 단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결기 세워 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생물체 너머 미소생물체와 네트워킹생물체를 아끼고 보듬는 감성이 흘러서 그리 되고 있다. 다 낭/풀 덕이다. 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 덕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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