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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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으면서도, 내가 단 한 가지 신경 쓰는 음식 성분이 있다. 바로 식이섬유다.(150)

 

21세기 들어서 식이섬유를 비추는 조명은 더 강해지고 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미생물학 혁명에 있다. 질병 원인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로 승인되면서, 미생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대장과 대장 미생물, 그리고 대장 미생물의 건강한 먹이인 식이섬유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위장과 소장을 거치면서도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는 대장에 이르러서야 대장 미생물 발효활동으로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든다. 짧은 사슬 지방산은 장 세포 중요 에너지원이고 우리 몸 전체 면역에도 이바지한다.(154)

 

지난 토요일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일어난 일. 10대 아이 넷이 자전거를 끌고 우르르 탄다. 조종실 벽을 등지고 서 있는 나를 보더니 한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 저희가 자전거를 세워야 하거든요. 저쪽 빈자리에 앉으시면 안 될까요?” 요즘 아이 치곤 제법 공손하다. 별 이의 없이 그쪽을 향해 돌아서는데 문득 할아버지라는 말이 뒷덜미를 낚아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구나, 내가.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사람이구나, 내가. 그런 내가 요즘 새로운 일 하나를 시도하고 있다: 식사 습관 바꾸기.

 

식사 습관이라면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시간배치 문제다. 간헐단식 방법 중 하나로서 8시간 안에 하루 식사를 다 하고 16시간을 비워두는 일정이다. 나는 8시에서 16시까지를 그 8시간으로 잡았다. 16시에 말하자면 이른 저녁을 먹는 셈이다. 16시에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 한의원 탕전 공간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두나, 한의원 앞 식당에서 간단히 사 먹는다. 두 경우 다 진료시간 내 일이므로 시간을 길게 잡을 수 없다. 반주 포함 일체 음주행위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 !

 

혀를 차면서도 이렇게 한 이유는 장 미생물이 18시 이후에는 휴식에 들어간다는 어떤 연구 결과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습관으로는 18 이후에야 저녁을 먹기 시작한다. 게다가 혼자라도 반주 곁들이면 길어지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면 더욱 길어지기 마련이다.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기까지 한다. 이는 하루 일을 끝내고 쉬는 이웃 몸 위에다 처리해달라며 어렵고 냄새나고 심지어 해가 되는 물건까지 쟁여놓는 행위와 같다. 아주 오랫동안 인간생물은 장 미생물에게 이 짓을 해왔다. 더는 안 된다.

 

그 연구 결과가 옳건 그르건 간에 나는 이참에 내가 식이섬유 풍부한 식사를 하는 이유, 간헐단식을 하는 까닭이 단순히 인간생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식이섬유가 인간생물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은 대장 미생물 없이는 될 일이 아니고, 그러므로 대장 미생물 생활환경을 최적으로 만들어주는 일은 인간생물의 예의며 의무다. 냉정하게 공생 조건이라 부르더라도 공감하고 기꺼이 한다면 사랑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란 없다. 공생을 이루는 네트워킹은 어떤 묘사보다 장엄하지 않은가 말이다.

 

왜 먹는가?” 나는 이 질문과 그에 대한 답 찾기를 새로이 하고 있는 할아버지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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