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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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약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내버려둬야 하고 견뎌야 한다. 기침이나 콧물은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려는 우리 몸 안간힘이고, 근육통 역시 우리 몸 면역이 펼치는 방어 작용 산물이다. 열이 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몸 온도를 높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몸 기능을 높이려는 안간힘이다. 위험한 수준 고온이 아니라면 내버려두고 버텨야 한다. 약이 약을 부르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고 끊는 유일한 길이다.(115)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감기가 대부분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이 가진 건강한 면역력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119)

 

 

10년 동안 1000번 가까이 내게 침 치료를 받은 초로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쉬운 근육 문제에서 어려운 심장 문제까지 거의 모든 경우 나를 찾아온다. 그럼에도 결정적 대목에서는 양의사를 찾는다. 갔다 와서 효과 없는 약이나 요법, 비싼 검사비용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일상으로 겪는 일이라 때마다 초군초군 의학적 차이, 제도 허실 문제를 설명하고 향후 어찌 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10년 동안 그 사람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중 한 예가 바로 감기다. 감기에 걸리면 자동적으로(!) 양의원에 가서 해열, 진통, 진해, 거담제를 받아온다. 물론 다 아는 대로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이다. 어영부영 시간 지나 지지부진이 느껴지면 그제야 내게 온다.

 

저자에 따르면 감기에 약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정확히 말하면 감기약은 약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기에는 약이 있을 수 없다. 이때 약은 물론 양약을 말한다. 양의학에서 감기를 질병 개념에 넣을 수 있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없다. 감기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만을 질병 개념에 넣을 수 있다. 그래서 해열, 진통, 진해, 거담제 따위 증상억제제가 각각 존재한다. 그 증상억제제들을 그러모아 감기약이라 이름 할 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열, , , 담은 모두 몸이 내는 안간힘이므로 해, , 거해서는 안 된다. “내버려둬야 하고 견뎌야 한다.몸이 지닌 면역력으로 발하는 방어 작용에 맡겨야 한다. 항생제 문제도 동일하다. 이는 증상을 질병으로 보고 무조건 없애려 들며, 면역 방해 물질을 치료약이라고 주는 양의학을 거절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가 감기 걸렸을 때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데운 와인을 마시는 대처방식은 내버려두고 견디는 단계를 지나 도와주는 행동이다. 이미 감기에 걸렸다면 도움을 필요로 할 만큼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겼을 테니 이치에 맞다.

 

도와주면 어찌 될까? 당연히 더 열나고 아프고 기침 나고 콧물 흐르고 가래 끓는다. 양의학은 이 현상을 병이 심해진다고 생각해 겁낸다. 양의학에 세뇌된 의료대중도 마찬가지다. 증상심화는 질병심화가 아니라 면역작용 강화다. 증상심화를 돕는 일은 그러므로 이적행위가 아니고 아군에게 행한 화기 지원이다. 나는 저자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화기를 지원한다. 바로 단식이다. 단식은 따뜻한 물 목욕이나 데운 와인과는 달리 내부 에너지를 아껴 체열을 높임으로써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도록 한다. 단식은 불편하지만 감기는 물론 다른 많은 건강증진 효과로써 심신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나는 건강 잃은 많은 사람에게 단식을 권면한다.

 

끝으로 한약 이야기. 한약에는 감기약이 있다. 양의학 영향을 받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감기약인 한약을 양약처럼 생각하고 쓰기도 하지만, 감기약인 한약은 증상억제제 집합인 양약과 전혀 다르다. 감기약인 한약은 저자나 내가 하는 돕기를 본성으로 지닌다. 대표적인 예로 감기약인 한약이 나타내는 해열 효과는 양약처럼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염증반응을 활발히 진행시켜 매듭지음으로써 자연히 열이 내려가도록 하는 기전이다.

 

보너스: 저자가 건네는 특별한 꿀팁. “감기나 폐렴에 걸리지 않으려면 건강한 사람도 구강위생 관리에 힘써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특히 칫솔질을 잘 해야 한다.”(125) 상식과는 달리 기도·폐 미생물은 코 아닌 구강 미생물과 같은 구성이라는 사실이 이 꿀팁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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