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 약 6005000~10000, 우리나라에는 50여 속 150여 종이 살고 있는 벼과 식물은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식물이다. 인간과 실로 생사를 두고 엮인 중요한 존재지만 장구한 세월 동안 일상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매순간 정색하고 대하지는 못한다. 나는 향모를 알고 나서 벼과 식물 본성에서 피어나는 향기를 매일 확인하며 상상하며 살아간다.

 

다스운 밥에서 김을 따라 모락모락 올라오는 향기가 지닌 오묘함이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감동은 도정된 쌀 너머 저 아득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도록 이끄는 마법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 마법을 통해 나는 포타와토미 사람들이 향모 드림을 만드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제의이자 영적 네트워킹인 사건이 일어나는 카이로스에서 숨을 멈춘다.

 

지난 3개월 동안 향모를 땋으며와 거의 매일 코인사를 나누며 지냈다. 새삼 실감한다. 뇌 독서에 길들여진 오랜 인습에서 놓여나 심장 독서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다. 질량이 실리지 않은 깨달음은 깨침에 이르지 못한다. 깨침은 물적 변화다. 물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낭/풀 공부는 낭/풀 본성에 반한다. /풀 본성이 내 몸 가득 채워지기를 빌고 빈다.

 

이 소원 여정은 거대한 나무에서 시작해 잡초를 거쳐 이끼(선태류)에 닿고, 더 나아가 지의류, 조류, 균류(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풀이라는 중용 또는 중도로 돌아오기 위해 낭/풀 경계를 넘어 극한으로 간다. 심지어 생명과 비 생명의 가장자리 사건인 바이러스까지 다가간다. 급기야 흙, , 햇빛, 바람의 영지로 들어간다. 마침내 신과 마주한다.

 

신과 마주한 시공은 아득해서가 아니라 소미해서 멀다. 그 먼 나라에서 절대 평정으로 사는 데 중독된 아라한이 사람나무인 내 천명은 아니다. 내 천명은 나무에게 회향하는 인간으로서 본성을 따라 사는 일이다. 본성 따른 그 삶을 향모를 땋으며에서 로빈 월 키머러가 아금박스럽게 보여주었다. 감사하다. 감사한다. 감사가 내 삶을 고요히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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