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독립전쟁 당시에 조지 워싱턴이 오논다가족을 절멸시키라고 연방군대에게 명령하자, 수만 명에 이르던 오논다가 네이션 인구는 1년 만에 몇 백 명으로 줄었다. 그 뒤로 미국정부와 오논다가 네이션이 맺었던 조약은 남김없이 깨졌다. 뉴욕주에서 땅을 불법적으로 빼앗으면서 오논다가 영토는 1700헥타르 보호구역으로 쪼그라들었다. 오늘날 오논다가 네이션 영토는 솔베이 폐기물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논다가 문화에 대한 공격도 끊이지 않았다. 부모들은 자녀를 인디언 모집책에게서 숨기려고 애썼지만 아이들은 붙들려 칼라일 인디언 학교 같은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고유 언어는 금지되었다. 인디언 공동체는 모계사회로, 남녀가 평등했는데 이곳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이들의 삶을 잘못으로 규정했다. 세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롱하우스 추수감사 예식은 법으로 금지되었다.(465)

 

초등그때는 국민학교 3학년 때 서울 와서 TV를 처음 접했다. 만화방에 있는 커다란 흑백 TV를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 보듯 아이들이 줄지어 앉아서 보았다. 만화를 10원어치 보면 TV를 시청할 수 있는 딱지 수를 채울 수 있었다. TV 보려고 돈만 생기면 만화를 읽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프로는 서부극 <용감한 린티(1954)>. 이야기야 새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좋은 나라백인 기병대가 나쁜 나라인디언을 모조리 죽이면 환호했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디언은 나쁜 나라라는 오류를 교정하지 못했다.

 

근대 민주주의 태동 사건인 미국 독립전쟁이 영국에게만 총을 겨누지 않고 원주민에게도 그리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근대 민주주의 마그나 카르타인 미국헌법이 하우데노사우니(이로쿼이) 연방 법리를 벤치마킹했고, 핵심을 누락시켰고, 그 민주주의를 가르쳐준 원주민을 제노사이드로 몰아넣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조지 워싱턴이 오논다가족을 절멸시키라고 연방군대에게 명령하자, 수만 명에 이르던 오논다가 네이션 인구는 1년 만에 몇 백 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은 유럽인이 발들이기 전 줄잡아 6000만이었던 원주민이 1930년경 100만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무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결론짓게 한다.(518)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흉측한 오해이듯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거북 섬원주민은 파렴치한 오해다.

 

수 세대의 슬픔, 수 세대의 상실. 그러나 존엄은 잃지 않았다. 사람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영들은 그들 편이었다. 그들에게는 대대손손 전해오는 가르침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법도 있었다. 오논다가 네이션은 자기 원주민 정부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코 정체성을 버리거나 주권국가로서 지위를 손상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귀한 사례다. 연방법은 그 법을 정초한 자들에게 무시당했으나 오논다가족은 여전히 위대한 법의 수칙을 따르며 살아간다.(466)

 

고작 35년 식민통치에 지배층 거의 전부가 매판이 된 대한민국 관지에서 차마 거북 섬 원주민을 바라볼 수조차 없다. 임시정부 정통성을 부인하고 이승만을 국부로 앙모하는, 만주군 장교로 독립군 토벌에 나섰던 다카키 마사오를 반인반신으로 숭배하는 자들 눈에 오논다가 네이션은 자기 원주민 정부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코 정체성을 버리거나 주권국가로서 지위를 손상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낱 반미 종족주의로 비칠 뿐이리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 있는 민주주의”(456)인 하우데노사우니(이로쿼이) 연방이 버드나무의 생명 연방에서 발원했다고 믿는 나는 반일 종족주의자라는 오명을 흔쾌히 뒤집어쓴 채 간절히 기도한다. /풀 백성들일랑 부디 존엄을 잃지 않기를, “굴복하지 않기를.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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