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그가 받은 명령은 "걸음걸음이 어머니 대지님에게 드리는 인사가 되"도록 걷는 일이었으나, 무슨 뜻인지 아직 확실히 알지 못했다.(303)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질경이님이 늘어서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너그러운 치유자인 '백인의 발자국'포타와토미족은 질경이를 이렇게 부름_인용자은 잎을 땅에 바짝 붙여 걸음걸음이 어머니 대지님에게 드리는 인사가 되도록 자란다.(316)

 

질경이는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고루 갖춘 생명이다. 잎은 겉이 부드러운 반면 속이 강인하고, 줄기는 그 반대다. 줄기는 밟혀도 죽지 않게 비스듬히 선다. 잎은 줄기 맨 아래서 지면에 바짝 붙어 겹으로 핀다. 밟혀도 죽지 않는다. 인간이 길을 만드는 한 질경이는 밟힘으로 존속한다. 밟힘이 그에게는 명예다.

 

이 생명 본성을 포타와토미족 정서 지혜는 잎을 땅에 바짝 붙여 걸음걸음이 어머니 대지님에게 드리는 인사가 되도록 자란다.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질경이 본성이 어머니 대지님에게 드리는 인사라는 서사가 머금은 진실은 사뭇 엄밀하다. 걷는 인간은 대부분 걷기 본성을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질경이 늘어선 길을 따라가고서야 알 수 있으리라.

 

나는 오늘 질경이 발자취질경이 꽃말를 따라 걸음걸음이 어머니 대지님에게 드리는 인사가 되도록 걸어본다. 인사는 만남과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극상 선물이다. 몸을 활짝 펴서 행한다. 인사는 인간 존재의 빛나는 발현 양식이다. 몸을 활짝 열어 행한다.

 

몸을 펴고 열지 않은 걷기는 일상 이동, 경쟁, 건강, 수행 도구인 걷기다. 도구에 걸맞게 속도, 보폭, ·착지, 시선, 체간과 견갑 각도, 하지 굴신, 상지 회전들이 왜곡된 걷기다. 몸의 본성을 대부분 접어 넣은 걷기다. 접힌 걷기를 가슴 깊이 느끼고 가차 없이 거절할 때 본성이 열린다.

 

본성 걷기는 연극배우가 연기하는 듯도 하고 무용수가 춤추는 듯도 하다. 과하게 또는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꼭 똑 그만큼 무심코 얕고 짧게 걷는 타성에 젖어 있었다. 이 타성 걷기에서 공포·불안은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홀연 돌연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 여기서부터 몸 사람이 다시 깨어난다. 몸 사람으로 낭/풀에게 가 닿는다. 외길이다. 길섶은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