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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감사 표현은 순진무구일 뿐더러 혁명이다. 소비사회에서 만족을 표하는 일은 급진적이다. 희소성 아닌 풍요를 인정하는 행위야말로 만족 모르는 욕망 창출 덕에 번성하는 경제를 타격한다. 감사는 충만 윤리를 일깨우고, 경제는 공허를 부추긴다.......감사는 만족을 구가하기 위해 쇼핑하라 등 떠밀지 않는다. 감사는 상품 아닌 선물로 다가오므로 경제 전체 토대를 뒤엎어버린다. 감사는 사람에게도 땅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169쪽)
인간 뇌에 포만중추는 있어도 만족중추는 없다. 대뇌 신 피질의 폭발적 진화가 음성되먹임구조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음성되먹임구조를 파괴함으로써 대뇌 전두엽은 욕망이 무제약 직진하는 길을 열었다. 항구적 결핍의식의 본진이 바로 여기다. 뇌 과학은 뇌가 경이로움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해 진실을 호도한다.
더 근원적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뇌 과학 몽매가 있으니 바로 마음을 뇌로 환원하는 짓이다. 구태여 논리적 어법으로 표현한다면, 뇌는 마음이지만 그 역은 아니다. 뇌 아닌 마음자리가 있고, 그곳에 만족중추, 정확히 말하면 만족네트워크가 있다. 장intestine 점막 (바깥에 살고 있는 미세생명), 심장이 대표적인 예다. 만족네트워크가 뇌 아닌 곳에 있다면, 감사네트워크도 당연히 뇌 아닌 곳에 있다. 감사는 만족을 느끼게 하는 대상을 향하기 때문이다. 감사네트워크가 뇌 아닌 곳에 있다면, 선의네트워크도 당연히 뇌 아닌 곳에 있다. 감사는 선물 건네는 선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만족과 감사, 그리고 선의 네트워크는 뇌 과학은 물론 뇌 환원 정신과학을 급진적으로 혁명한다. 선물은 상품거래 경제를 급진적으로 혁명한다. 급진적 경제혁명은 급진적 정치 혁명으로 이어진다. 급진적 정치혁명은 급진적 생태혁명으로 이어진다. 급진적 생태혁명은 “사람에게도 땅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급진혁명은 치료혁명이다.
치료혁명은 뇌에서 일어날 수 없다. 서구 정신의학과 임상심리학은 근원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근원적 오류는 서구문명 세례를 받는 모든 개인에게 존재한다. 오직 뇌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과 상담치료 진행 중이다. 그에게는 만족도 감사도 선의도 없다. 무슨 일에도 감동하지 않는다. 누구와도 교감하지 않는다. 오직 결핍의식과 공허를 채워줄 “쇼핑”(능력)에만 집착한다. 기-승-전-나 이런 대접 받으며 살 사람 아니다, 다. 그는 강성·거대 언어인 뇌 언어로 치료되지 않는다. 연성·미세 언어인 뇌 밖 언어가 필요하다. 뇌 밖 언어로 말하려면 내가 연성·미세생명에 깃들어야 한다.
그 연성·미세생명이 다름 아닌 낭/풀이다. 낭/풀 언어로 말해야 그의 뇌 밖 귀가 듣는다. 뇌 밖 귀가 열리는 순간부터 급진치료가 시작된다. 급진치료는 뇌 언어 아닌 인식·감응경로를 통해 만족과 감사, 감동과 교감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여 표현하도록 이끈다. 그가 상품 쇼핑 아닌 선물 증여하는 삶으로 돌아서면 치료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