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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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표면인 식물은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것을 감지한다. 살아 있지만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작은 물체의 이동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 즉 공기 중에 떠다니며 분산되는 분자나 태양이 퍼뜨리는 광전자, 고요하게 미끄러지는 물 분자까지, 주변에서 놓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72)

 

  나무는 인간 뇌 또는 그와 유사한 기관이나 감각 전달 장치가 없어서 내부에 통합된 민감도를 갖춘 여러 가지 감각을 이용한다. 이런 '모듈'을 구성한 나무는 그 자체로 여러 결정면을 가진 감각 만화경이 된다.(73)

 

인간은 인간이기에 범하는 실수와 실패로 말미암은 어둠을 요란히 끌어안고 산다. 공포불안과 탐욕, 무엇보다 어리석음이라는 숙명 때문이다. 나무는 나무이기에 범하는 실수와 실패가 없어서 어둠을 고요히 끌어안고 산다. 공포불안과 탐욕, 무엇보다 어리석음이 숙명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을 어둠으로 몰아넣는 가장 본원적이고 급진적인 어리석음은 나무를 모르는 데서 온다. 뇌 일극집중 인식에 몰두하는 인간이 모듈 감각 만화경을 알 리 없으니, 나무를 지각주체로 여기지 못하고 물건 취급한다.

 

모듈 구조·사건은 뇌 또는 그와 유사한 기관이나 감각 전달 장치로 특화, 심지어 집중화하기를 거부하고, “통합된 민감도를 갖춘 여러 가지 감각을 평등하게 배치·운동한다. 평등한 네트워킹이므로 인간 감각과는 비교할 수 없이 민감하다. 도망칠 수 없는 조건에 극상 적응한 결과다.

 

도망칠 수 없어 전천후전방위 솔루션을 위한 민감도가 극대화된다. 인간은 도망치는 만큼 감각기관이 편중된다. 감각기관이 편중되는 만큼 감각이 편중된다. 편중감각은 치명적 둔감을 낳는다. 둔감이 파멸을 부른다.

 

파멸의 위기가 둔감에서 온다는 말은 실로 섬뜩하다. 웃으며 다른 사람 죽이는 사이코패스가 결국 자기 자신 죽이는 이치다. 파멸을 코앞에 둔 인류는 살해 쾌감 빼고 모든 감각을 지워버린 초 중증 사이코패스다. 본원적이고 급진적인 민감 혁명을 일으켜야만 한다. “나무觀世音菩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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