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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를 현재와 이어주면서 세계를 인식하는 중첩적인 행동이다. 자신과 세계 사이 거리를 없애는 것이자 지각적 인식이 변질되지 않은 채로 세계에 투여되는 방식이다.(49쪽)
세계에서 보편적이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형태만을 취해온, 인간의 아리스토텔레스 문화는.......고립을 악화시킨다.......이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시각과 청각 세계를 경험하는 데에 감각을 내주며 현실 밖 세계를 떠돈다. 현실과 단절된 사고는 현실 주변을 맴돌며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인터페이스인.......나무는 생명을 서로 연결하고 대립을 해소하며 경계선을 무너뜨려 상호주관성을 배가한다.......우상파괴자인 나무는 인간에게 직접 세계를 보라고 권유한다.(50쪽)
나무는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 존재방식을 요약하면, “나무의 모든 것들은 세계에 제공된다.”(50쪽)다. 그래야만 “생명을 서로 연결하고 대립을 해소하며 경계선을 무너뜨려 상호주관성을 배가한다.” 분리(고립), 대립, 경계선이 “우상”이다. 우상을 파괴하면 온전한 상호주관성으로 세계를 직접 본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분리, 인간과 비인간의 대립, 동물과 식물 간 경계선이라는 우상을 통해 보는 세계는 “현재” “현실”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문화”인이 떠도는 “현실 주변”이다. “불안”을 끊임없이 게워내는 무저갱이다. 무저갱까지 동행해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 올라올 주체가 “근본적이고 의미심장하며 환원할 수 없는 아름다움”(49쪽)을 지닌 나무 말고는 없다.
근본적 아름다움, 의미심장한 아름다움, 환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말을 아리스토텔레스 문화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현재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류의 문화인이 바로 유일신교도다. 저들은 야훼(여호와)라 부르든 알라라 부르든 절대적 창조신을 거치고야 사유할 수 있다. 가령 나무를 볼 때, 신께서 창조하셨고, 그 신이 인격신이시므로, 당연히 그 프레임을 통과시키게 된다. 그러면 근본성과 의미심장함과 환원 불가능성은 죄다 인격적 창조신이 전유하고 만다. 여지없는 일이다. 저들의 세계인식은 도저한 간접성과 주변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간극을 신앙이라 예찬한다. 그 신앙은 불안 용 약물이다.
약물중독 상태에서는 자신이 우상숭배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도리어, 나무가 지닌 근본적이고 의미심장하며 환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 나무의 권유를 따라 직접 세계를 보려는 사람을 우상숭배자로 몰아버린다. 이 도착증상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를 현재와 이어주면서 세계를 인식하는 중첩적인 행동이다. 자신과 세계 사이 거리를 없애는 것이자 지각적 인식이 변질되지 않은 채로 세계에 투여되는 방식이다.”라는 사실에 무지할 때 일어난다. “내가 속한 세계와 분리되지 않고서도 직접 지각적으로 그 세계를 인식하는 역설적 참여가 존재 행위다.”라는 비대칭의 대칭 진리를 버릴 때 종교는 과학과 사통해 우상숭배를 퍼뜨리는 좀비다.
좀비 잡을 길은, 나무가 우상파괴자라는 진실, 나무가 근본적이고 의미심장하며 환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 바로 그가 자신을 좀비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열정적 종교인과 냉정한 과학도는 전혀 다른 유의 사람이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온전히 같다. 둘 다 일극구조에 터한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극단의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만나 비대칭의 대칭 진리를 협공한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이 좀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옆 사람을 문다.
비대칭의 대칭 진리는 경계에 선interfacial 사람이 복원할 수 있다. 경계에 서야 진리의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리의 전경을 봐야 분리의 경계선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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