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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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를 가장 폭넓게 광고하고 이용하는 분야가 아마도 항생제 개발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항생제는 기계론적 우주관과 과학의 성공적인 적용을 보여주는 신호로 각광받았다. 과거의 무지한 의학과 대비되는 과학적 방법의 승리 구현으로 여겨진 것이다. 항생제의 발견과 성공적인 사용으로 말미암은 흥분은 의학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극히 짧은 지질시대 동안에 지구는 미생물 분해도 안 되고 생물학적으로도 독특하며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수십억 톤의 조제약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생명에 맞서는대부분의 항생제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 군을 무차별로 죽여 버린다. 지난 80년간 전 세계 환경 속에 합성 항생제가 어마어마하게 축적되었다. 그 결과 25억 년 전 산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가 메탄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를 대체한 이후로 지구의 박테리아 기반에 가장 폭넓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단기적으로 볼 때 이는 인간과 동물, 농작물 속에 독특한 병원성 박테리아가 출현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인류사에 나타났던 그 어떤 질병보다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염성 질병이 유행하리라는 가능성을 암시한다.(163~164)

 

코로나19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동안, 그 발생과 보편감염의 원인을 항생제에서 찾는 유력한 논자가 있었던가? 그런 소식을 아직 듣지 못 했다. 내 과문 탓일 수도 있으나 온통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쏠린 단기적 관심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라 현안 쟁점으로 삼지 못 하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목을 빼고 앉아 있는 동안 예상 밖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코로나19 여부와 무관하게 엄존한다. 좀 더 근원적인 논의를 본격적으로 병행해야만 한다. 바야흐로 묵시록적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항생제는 불과 80년 만에 25억 년 전 산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가 메탄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를 대체한 이후로 지구의 박테리아 기반에 가장 폭넓은 변화를 일으켰다. 말이 점잖아 변화다. 이 변화란 인간 생명에 관한 한 악화요 종당은 초토화다. 초토화는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무지한 의학과 대비되는 과학적 방법의 승리 구현이 울린 팡파르에 대한 화답이다. 화답은 인류사에 나타났던 그 어떤 질병보다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염성 질병이 유행하리라는 내용의 종말론적 예언이다. 코로나19는 고작 소문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통령의 뉴스통치 아래 신음하며 코로나시대를 견디고 있는 내 이웃의 우울·불안을 증강시키고 싶은 생각 없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부한 진실을 공유하고 싶을 따름이다. 항생제는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을 지배하며 머지않아 지구 전체를 지배할 것이다. “항생제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 군을 무차별로 죽여없애는, 말 그대로 생명에 맞서는참주다. 인간이 과학으로 만들어낸 신이다. 신을 만들어내는 1% 과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10여 년 전 사고로 깨진 이빨을 뽑은 적이 있다. 그때 치과의사가 내게만 있는 뭔가 특별한 사유를 대며 반드시 복용하라고 항생제를 주었다. 한 알을 먹었는데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 즉시 그만두었다. 이 한 번을 제외하고 나는 40여 년 전 마취 없이 충수염 수술을 한 이래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없다. 병에 걸린 적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양의한테 가면 항생제 처방받을 것이 분명한 병을 허다히 겪으면서도 거절하고 살아왔다는 말이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나마 저항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면 다 죽인다.

 

다 죽인다고 말했다. 다 죽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절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은 물론 고래도 몽구스도 괭이밥도 버드나무도 박테리아도 땅도 바다도 대기도 다 죽인다. 마침내 지구생태계에 관한 한 태양마저도 죽인다. 이게 기계론적 우주관과 과학의 성공적인 적용이 전하는 복음이다. 그 복음이 제시하는 하나님나라다. 하나님나라가 생명나라가 되려면 생명에 맞서는 항생과학과 항생우주관에 맞서야 한다. 박테리아와 그 공생체인 낭·풀을 맞이하는 과학과 우주관을 복원해야 한다. 신비주의 아니다. 신비다.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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