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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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작이나 졸로프트, 루복스, 팍실 같은 세로토닌선택적재흡수억제제는 1/10억 정도의 아주 적은 양으로도 수중생물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은 무척추동물뿐만 아니라 척추동물의 신경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많은 생물의 생리조절작용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조개의 경우, 세로토닌은 산란과 알 숙성, 부화 같은 생식작용과 심장 박동, 먹이 섭취와 입질, 헤엄치는 방식을 조절한다. 또한 섬모운동과 변태에도 관여한다. 갑각류의 경우, 포도당 흡수와 껍질 색깔, 허물벗기, 알 숙성, 신경활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경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때문에 일부 조개양식업자는 산란을 촉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세로토닌을 사용해왔다.......한 예로 극히 적은 양의 프로작으로도 홍합의 산란작용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으며, 루복스는 훨씬 더 강력하다. 세로토닌선택적재흡수억제제는 아주 적은 양으로 손톱대합, 꽃게, 왕새우, 달팽이, 오징어, 바다가재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작은 산업국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 가운데 하나다.(140~141)

 

세계를 구성하는 이치인 비대칭의 대칭을 언제나 큰 틀에서 주의하며 사유하고 실천해야 인간이다. 인간이 그 진리에 유념하려면 늘 낭·풀의 생명운동에서 실상을 배워야 한다. ·풀이 작은 동물의 공격을 퇴치하려고 만들어낸 독인 피토케미컬이 큰 인간에게 약으로 작용하는 이치의 대칭 편에 인간을 치료한답시고 만들어낸 약이 작은 생명에게 엄청난 독으로 작용하는 이치가 비대칭으로 존재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아니 않은 것은 인간이 낭·풀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부모이자 스승인 낭·풀에게 자녀이자 제자로서 인간이 예도를 갖춰야 할 최후의 기회가 발등에 떨어졌다.

  양식업자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인간의 우울병 증상 억제를 목표로 합성한 항우울제를 쓰지 않았어도 이미 엄청난 양의 항우울제 성분이 바다 속으로 흘러들어 갔으리라. 그것이 수많은 작은 생명체의 자연 생리를 교란하고 왜곡했으리라. 그런 생명체를 먹은 인간은 어찌 될까? 이 문제는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투여한 젖소한테서 나온 우유를 먹은 인간이 어찌 될까 하는 문제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돋은 소름이 가라앉지 않는다.

 

소름 돋은 채 생각은 숲으로 달려간다. 항우울제 성분 머금은 강가에 사는 버드나무는 어찌 될까? 항우울제 성분 머금은 바다에 사는 맹그로브나무는 어찌 될까? 항우울제 성분 머금은 비가 내리면 지구 낭·풀 전체는 어찌 될까?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계속 더 기이하게 일어날 것이다. 당장 멈추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파국이 아니라 회복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당장 멈출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럴 때 더 정교한 과학기술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득세한다. 내 눈에는 이런 낙관론이 애정 어린 성장소설처럼 보인다.

  애정 어린 성장소설은 요절을 전제할 수 없는 약점을 지닌다. 인간은 낭·풀 없이는 살 수 없지만, ·풀은 인간 없이도 살 수 있다. ·풀이 자기 삶을 위해 대멸종 막아줄 만큼 인간은 중요한 존재일까? 천만에. 백색약물로 난리 치다가 스스로 죽이는 사춘기 머슴애가 되도록 그냥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자녀로 여겨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북미원주민의 생각이 옳더라도 존속살해 일삼는 자녀를 살린 뒤가 너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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