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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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원주의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서로 다른 자연 풍경은 제각각 서로 다른 분명한 정서적 색조를 뿜어낸다.......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들 인간의 감정이 인간 정신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가본데, 내 생각은 다르다.......감정들은 모두 자연에서 비롯한다.”(98~99)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말한 인간 정신은 주류 인식으로 정확히 하면 뇌다. 정신을 뇌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뇌가 감정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해 보이는 이 생각은 전제 오류이므로 자연히 거짓이다. 감정 분자, 소화기관을 위시한 다른 장기, 특히 장내미생물과 감정의 관계 연구로써 그 허구성이 시시각각 드러나고 있다.

 

감정은 인간의 고유한 내부 심리가 아니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reaction 또는 감응response 작용이다. 외부 자극은 근원적으로 자연이다. 이 책에서는 눈으로 보는 풍경을 언급하지만 훨씬 더 방대하면서도 내밀하다. 오감과 제6감 모두를 넘어서 인간 생명은 자연, 특히 미생물과 그 네트워킹인 낭·풀에서 비롯한 감정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

 

대중매체를 통해 이미 상식이 된 세로토닌 이야기를 해보자. 논란이 없지 않지만 우울장애와 연관 짓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주류의학과 제약회사는 뇌만 문제 삼는다. 세로토닌 선택적재흡수억제제SSRI로 뇌 내 세로토닌 작용을 정상화시키면 우울장애가 치료된다고 떠든다. SSRI의 총아 프로작은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400만 명이 복용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거의 대부분 뇌가 아닌 장이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장도 아니고 그 점막 바깥에서 인간과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들이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미코박테리움 바케라는 토양박테리아다. 숲을 걷거나 흙을 만질 때, 코나 피부를 통해 인체 속으로 들어와 장 점막 바깥에 둥지를 틀고 살게 된다. 그 고마움의 표시로 세로토닌을 인간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숲이라는 풍경, 대지라는 환경을 보고 접촉하면서 인간 자신의 능력으로 직접 감정을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놀라운 얘기를 지금 하고 있다. 박테리아의 참여 없이는 행복, 다행, 균형의 정서조차 누리지 못할 주제가 만물의 영장, 신의 형상 운운하며 거들먹거려온 세월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머리 땅에 박고 발바닥 하늘로 향하게 선다,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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