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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사유 -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지음, 이명호.김지은 옮김 / 알렙 / 2020년 8월
평점 :
이리가레: 가장 놀라운 점은 생성의 힘이 인간이나 하느님 아버지에게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원소들에게 맡겨진다는 것입니다.(58쪽) 오직 식물 세계만이 계속 원소의 근원적 잠재력을 보여줍니다.(60쪽)
마더: 식물은 ‘고대’ 원소들의 생성적 잠재력을 키우고 원소들이 생명의 번성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함으로써 생명의 탁월함에 기여합니다.(216쪽)
CO2 + H2O -> CH2O + O2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학방정식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흔히 광합성이라고 부르는 탄소동화작용을 나타내는 화학방정식이라는 사실 쯤 모르는 이가 있을까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가장 놀라운” 화학방정식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랴.
이제 정색하고 이리가레와 마더의 귀로 다시 들으면 이것은 창세기 제1장 제1절을 단박에 허언으로 만드는 fact power를 지녔음에도 그저 나지막하기만 한 어조의 진리 진술이 아닐 수 없다. 동물은 물론 인간도, 그 인간에게 자신의 형상을 주었다는 신조차 언감생심 가 닿지 못하는 생성의 물질 차원 ‘시전’이다. 원소가 지닌 근원적 생성력을 잠재태에서 현실태로 바꿔내는 이 순간이야말로 “탁월”한 생명 창조 역사의 출발점이다. “태초에 하늘말나리가 CO2 + H2O -> CH2O + O2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