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팔은 팔꿈치마저 없고, 왼 팔은 팔꿈치 아래 부분이 살짝 남아 있어 손 구실을 한다. 눈도 오른 쪽이 없어 안대 비슷한 물건으로 가리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 썼다. 어떻게 식사를 하고 옷을 입으며 신발을 신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장애인 한 사람이 매일 같은 역에서 승차한다. 그는 매번 움직임도 소리도 없이 앉아 있다.
오늘은 어쩌다 그가 걸어 들어와 자리에 앉는 모습 전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 앉아 있던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사람이 그가 앉자마자 아래위로 그를 훑어본다. 잠시 뒤 그 남자사람은 냉큼 자리를 뜬다. 대각선 맞은편으로 이동한다. 옮겨가서도 여전히 힐끔거리며 그를 본다.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그 장애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장애인은 평소 소매 속에 팔을 감추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자사람의 행동 직후부터 그 장애인은 반복해서 왼쪽 팔을 드러내 모자를 추스르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보란 듯 그 팔을 들어 옆 철제 구조물 가로대에 걸치기까지 한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실체를 단박에 알 것만 같은 어떤 역동이 내 심신을 두드린다. 구별해내기 어려운 몇 가지 감정들이 어우러져 춤을 춘다.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서 자신을 격리하고도 힐끔거리는 저 남자사람의 정신적 장애가 꼭 타자의 것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통렬하다. 종일토록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