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알 수 없는 팥 세 알이 거실 구석에 떨어져 있어서 봉숭아 떠난 화분에 심고 물을 주었다. 얼마 뒤 어김없이 팥 싹 세 줄기가 솟아나왔다. 서남향집이라 햇빛이 많이 부족해 예상대로 가느다란 대궁에 키만 쑥쑥 자랐다. 그 나름 이치를 따르는 생명이라 귀하게 여겨 기댈 것을 세우고 붙잡아주었다. 엄청나게 빨리 하늘 향해 오르던 팥은 마침내 넝쿨식물로 스스로를 바꾸었다. 이 작은 변화에 내 영혼은 크게 흔들렸다. 살수록 모를 일이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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