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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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라고 하는 엄청난 질문이 병자들을 돌보고, 굶주린 자들을 먹이는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일로 내려오듯이, 카니발적 점강법은 기독교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247쪽)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유머의 정치학>이다. 마지막 장 마지막 부분에서 기독교 구원 이야기를 한다. 테리 이글턴이 쓴 『신을 옹호하다』를 읽었다면 뭐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아니,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그의 사상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연결로 여겨질 것이다. 그는 『신을 옹호하다』에서 구원, 예수, 하느님나라를 이렇게 묘사했다.


“구원은 정치적 사랑으로서 굶주린 사람의 배를 채워주고, 이민자들을 환대하며, 아픈 이들을 찾아가 돌보고, 부자들의 횡포에서 가난한 사람과 고아와 미망인을 보호하는, 일상적 관계의 질을 높이는 문제다.”


“예수는 가혹한 죽음으로서 삶을 완성해내는, 격렬한 사랑, 자기부정의 하느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형상이다. 그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인간쓰레기, 그러나 하느님나라에서는 주춧돌로 쓰일 사람들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매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처형당한 정치범이다. 그는 죽음의 격한 공포를 겪으면서도 철저하게 자기를 버림으로써 병든 사람,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를 되찾아주는 혁명적 실천의 전형이다.”


“하느님나라는 정권의 교체로 이루어지는 무엇이 아니다. 죽음과 공허, 광기, 상실, 그리고 헛수고를 폭풍처럼 거치는 격동적 과정이다. 엉망진창으로 뒤틀려 있는 세상에서 자기를 버리는 행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변화다.”


사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는 것은 “카니발적 점강법”에도 “기독교의 핵심”에도 사족일 뿐이다. 이 얼마나 통쾌하며 또 얼마나 통렬한 사건인가. 이 얼마나 장엄한 우스개와 우르개의 화융인가. 테리 이글턴의 맨 마지막 말은 우스갤까 우르갤까?


하느님은 우리를 역경에서 구하기 위해 자신의 외아들을 보내는데, 우리는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 외아들을 죽여버린다! 결례도 이런 끔찍한 결례가 없다.(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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