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터할 때만 도덕성이 과학적일 수 있다._마사 누스바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은 political correctness를 번역한 것이다. 이 번역을 아무도 문제 제기 않고 그대로 쓰고 있는데,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과 그를 둘러싼 담론을 대하는 동안 내게는 슬그머니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이른바 진보/좌파지식인들이 지니는 정치적 올바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 이 번역이 적절한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상식적인 언어 감각에서, 올바르다는 말은 사전적 의미보다 좁은 도덕적 어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도덕적 어감부터 취하면 올바름은 내용보다 태도를 규정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다. 자연히 정확보다 정향을 우위에 두는 의미 경사를 타게 된다. 그 결과, 정치적 올바름은 “과학” 아닌 신념,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아닌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의 나르시시즘 차원 정의감, 자위행위 수준 실천의 광고주로 전락한다. 물론 이 과정은 최악의 경우다. 그 최악의 경우가 우리사회 진보 또는 좌파지식인들에게 일어난다.


내가 목도한 진보/좌파 지식인들의 행태를 두서없이 나열하면 이렇다.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민주당이 미통당과 전혀 다르지 않다 했다.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 했다.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조국을 강남좌파라 규정한 뒤 좌파 기준에 어긋났으니 위선자라 하고, 그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문재인은 상도를 어겼다 했다.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황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와 무역 문제를 연동해 아베가 일으킨 전쟁에 대응하는 문재인의 방식을 관제민족주의라 했다.


그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자기 논지를 증명하려고 식민지·이승만·박정희 유제를 그대로 타고 앉은 윤석열 검찰 공소장을 들이밀었다. 그 어떤 진보/좌파 지식인은 자기 논지를 증명하려고 세계 최하위 신뢰도를 자랑하는 쓰레기 신문·잡지 글을 인용했다. 그 모든 진보/좌파 지식인이 실은 세계 최하위 신뢰도를 자랑하는 쓰레기 신문·잡지 글에 제 이름을 올려서 명망을 얻었다.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터할 때만 도덕성이 과학적일 수 있다.” 저 모든 진보/좌파 지식인은 확증편향 양성 피드백에 걸려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학생 시절 필기해둔 노트를 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닐까. 자기 기준으로 보면 무지 영민한데 인민 기준으로 보면 엄청 아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아닐까. 자신의 정치적 올바름에 도취해 문재인 지지하는 71% 인민을 위선자에게 속고 있는 우중이라고 깔보는 것 아닐까. 


정치적 올바름 아닌 정치적 정확함이라는 번역이 반역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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