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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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유머는 미소를 자아내는데 반해, 감상주의는 그 미소를 눈물과 섞는, 그렇기에 자못 피학적인 작업이다.·······자애와 공감적 상상력은 자신을 초월하여 그 너머로 밀어내는 원심성이 있는 반면, 감상주의는 자신의 기분이나 감각을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은밀한 구심성의 자기본위 상태다. 감상주의는 공감하는 자신의 행동에 공감하는 기만적 나르시시즘이다.(181-182쪽)


웃음도 우스개도 병 증상인 것이 있고 치료인 것이 있다. 울음과 우르개도 마찬가지다. 테리 이글턴이 이 구분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신장애를 상담 치료하는 임상가로서 나는 맥락과 상황을 살펴 이 모두를 세심하게 구분한다. 내 화쟁 한의학에서는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 양의사나 임상심리치료사는 이 구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서구의학·심리학에서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본 리뷰 <17. 통곡에서 빈소로>를 통해 나는 치료 우르개가 부르는 치료 울음의 형식으로 빈소嚬笑를 제시했다. 빈소는 외형만 보면 “미소를 눈물과 섞는” 감상주의와 같다. 감상주의가 “자신의 기분이나 감각을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은밀한 구심성의 자기본위 상태”로서 “공감하는 자신의 행동에 공감하는 기만적 나르시시즘”이라는 내용으로 들어가면 확연히 달라진다. 빈소가 머금은 울음은 자기를 중심에 놓는 나르시시즘이 아니다. 타자라는 중심으로 번져가기 위해 자기 경험에 우선순위를 두는 눈물겨움, 자기초월을 향해 자기를 구성해가는 자비의 슬픔이다.


우르개가 부르는 울음의 형식이 웃음이되 그 웃음 속에 울음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는 두 겹 역설을 음미하면 빈소, 그러니까 욼음의 묘리에 깃든다. 욼음의 묘리에 깃들면 치료 우스개와 우르개, 웃음과 울음의 맞바꿈이 무애로 일어난다. 무애 세상에서는 병 증상인 우스개와 우르개, 웃음과 울음이 그 실상을 맑게 드러내며 기꺼이 저 너머로 사라진다. 원심성 개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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