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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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단순 가사노동자로 축소되는 곳에서 희극 형식은 원시적인 경향을 띤다. 여성이 웬만큼 독립적이기는 하나 문화지식을 결한 곳에서는 멜로드라마(통속극) 형태가 나타난다. 반면, 성 평등이 이뤄진 곳에서는 희극예술도 더불어 나란히 융성한다.(157쪽)


마사 누스바움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타」를 해석하며 여성이 유쾌한 섹슈얼리티 통제로써 남성을 화해·희망·평화의 세상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이렇게 비판한다. “남자들의·······세계에는 유머 감각이 결여돼 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별스럽거나 심지어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점 없는 영웅을 원한다. 그들은 우리 육체를 (인간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으로 인정하지 못한다.”(『정치적 감정』 428-429쪽) 테리 이글턴보다 모서리가 날카롭다. 「리시스트라타」 속의 남자들을 두고 한 말이라 하더라도 현실 원리로 확대시키는 데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들이 지난 6천년 동안 건설해온 가부장세계는 정신주의·영원주의·일관주의·엄숙주의·규범주의·의미주의·영웅주의·고답주의·완벽주의·거대주의·위계주의·인과주의·기계주의로 칠갑한 “지옥도”(104쪽)다. 이 지옥도가 그려내는 현실 풍경을 너그럽게 받아 안아 즐겁게 드러냄으로써 지옥을 관통하는 우아한 서사가 바로 우스개다. 마사 누스바움은 이렇게 찬미한다. “유머는 대개 경이로움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저항과 전복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같은 책 115쪽) 경이로운 사랑의 능력으로서 우스개는 단연 여자들의 세계, 그러니까 “성 평등이 이뤄진 곳”에서 “더불어 나란히 융성한다.” 우스개 결핍humorlessness은 젠더정치학의 골칫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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