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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평점 :
희극은·······무자비한 축소의 제스처를 포함한다. 즉 허무와 치유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밟아 뭉갠다.(80쪽)
<5. 가면 벗기 또는 벗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면을 벗으면 된다.·······예수는 신의 가면을 벗고 인간이 되었다. 죄 없는 인간의 가면을 벗고 사형수로 죽었다. 죽음의 가면을 벗고 무덤을 비웠다. 부활의 가면을 벗고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거점마저 지웠다. “나를 만지지 마라!” 우주 최강의 유쾌한 우스개다.
가면은 뭔가? “축소”의 타깃인 거대와 의미다. 거대는 본디 허구다. 의미는 당최 없다. 이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우스개다. 우스개는 찰나적으로 인간 존재의 거점을 아득한 허무 속에 던진다. 허무 속에서 가뭇없이 존재의 거점이 지워져나가는 인간을 향해 신의 마지막 말씀이 날아든다. “나를 만지지 마라!” 신이 친히, 그것도 먼저 존재의 거점을 지운다는 선포다. “허무와 치유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밟아 뭉갠” 우주 최강 “무자비”다. 무자비한 이 말씀 한마디로 허무와 치유의 지평은 융해된다. 역설의 절정에서 터져 나오는 욼음과 함께 웅대한 신화는 소미한 역사로 완성된다. 장엄 쥐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