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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평점 :
희극과 리얼리즘의 연결 자체는 도발적이다. 유머가 지배욕과 소유욕을 진정시킴으로써 욕구와 필요의 강박에서 해방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도록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자기 계획의 일환일 뿐, 더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실제로 웃는 몸은 그 같은 작용을 할 수 없다.·······희극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떨쳐냄으로써 세상사를 더 가깝게 만들지만, 그와 동시에 깊은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 요란스런 요구나 욕망과 무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점으로 현실을 밀어낸다. 즉각적 실천을 면제한다는 측면에서 유머는 예술과 한 맥락이다.(63-64쪽)
우스개는 삶이 우스꽝스러운 유희이며 우아한 방기放棄라는 진실을 일깨우는 소식 놀이다. 소식 놀이에는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질량 없는 놀이에 빠진 몸은 “작용을 할 수 없다.” 작용할 수 없는 몸에서 “깊은 감정”은 사라진다. 깊은 감정이 사라진 몸은 “현실을 밀어낸다.”
현실을 부둥켜안고 “즉각적 실천”에 돌입하려면 몸이 깊은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 깊은 감정이란 실천의 에너지로 전화할 질량 정서다. 이 질량 정서 유발은 우르개의 몫이다. 우르개는 삶이 엄숙한 과업이며 숭고한 저항이라는 진실을 전해주는 기운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