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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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현실 원리reality principle’라고 말한 것의 압제에 맞서면 모종의 유아적 만족감이 발생한다. 상징적 질서의 빈틈없이 강제된 구획과 정밀함이 생성되기 전에 형성된 탓에 논리나 조화, 선형성을 과감히 날려버릴 수 있는 상태로 퇴행하기 때문이다. 격렬한 웃음으로 말미암아 신체의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는 이러한 태곳적 무력함으로 회귀하는 외형적 징후다. 놀이가 아이에게 하는 기능을 유머가 어른에게 한다. 다시 말해 현실 원리의 압제에서 해방시켜주고, ‘쾌락 원리pleasure principle’로 하여금 어느 정도 주도면밀하고 세심하게 조정되는 ‘자유 놀이free play’를 할 수 있게 한다.(41쪽)


프로이트의 현실 원리와 쾌락 원리 이론은 개인의 욕망과 억압에 초점을 맞춘다. 대상관계이론은 개인과 외부세계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전자와 후자가 놀이를 보는 시선은 같지 않다. 프로이트만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대상관계이론에는 있기 때문에 나는 여기 터해 놀이와 우스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의 도움을 받아서다.


마사 누스바움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도널드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은 놀이를 “잠재공간을 확보하는 상상력의 활동”으로 이해한다(『정치적 감정』285쪽). 잠재공간은 “사적인 내적 경험도 아니고, 순수한 외적 현실도 아니다. 이것은 그 둘의 중재자”(289쪽)다. 중재를 통해 “신뢰, 호혜성, 타인의 세계에 대한 존중”(288쪽)을 구축한다. 내 식으로 말하자면 평화롭고 평범하고 평등한 네트워킹의 자양분을 마련하는 것이다.


놀이는, 그러니까 우스개는 단순히 개인을 의미(현실)의 억압에서 재미(쾌락)로 해방하는 것이 아니다. 우스개는 웃음의 연대를 창조한다. 우스개는 공동체적 행위다. 심지어 혼자 하는 놀이, 스스로에게 거는 우스개조차도 공동체적이다. 우스개 공동체는 재미를 증폭시킨다. 증폭된 재미는 의미의 억압에 맞서는 유쾌한 복음으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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