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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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멍석 깔기


나는 울고 울리는 일에 깊숙이 잠겨 육십 하고도 오년을 살았다. 이 소향은 존재론적 우울감에서 시작된 만성 기조우울증 환자, 그리고 나이 50에 시작한 우울증 치유자의 인생 도정에서 빚어졌다. 웃고 웃기는 삶 또한 있으니 인생은 비대칭의 대칭 사건이다. 이 진리를 각인했음에도 내 운명이자 천명은 사뭇 기우뚱한 풍경을 그려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 울기는 웃기의, 울리기는 웃기기의 한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알아차리지 못했을 따름. 알아차리면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아직은 모른다. 모른 채로 울기와 울리기 모습을 취했던 웃기와 웃기기를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울고 웃는 생의 진리 전경을 보려 할 때 누락시켜서는 안 되는 과정이다.


내가 웃기, 정확히는 웃기기를 정색하고 살피기 시작한 것은 파커 J. 파머의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를 읽으면서부터다. 그 관심을 구체적·물질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했다. 내 기우뚱함에 형성된 라포르가 여전히 육중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알라딘 서재「마이페이퍼」2020.1.7. <울음과 웃음의 생태정치학비판> 참고-서 멈춘 셈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교보에서 테리 이글턴의 『유머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유머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리 이글턴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집어 들었다.


그의 다른 글과 달리 논지가 잘 잡히지 않았다. 제법 긴 시간에 걸쳐 반복해 읽으면서 결을 찾았다.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책 제목은 유머인데 웃음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 자신이 인정하듯 예시한 대부분의 웃음은 유머와 무관하다는 사실에서 췌언의 더미들이 길머리에 널려 있다는 느낌을 확인한다. 유머, 농담, 재담, 위트, 개그.......그리고 희극이란 개념이 그냥 혼재한다. 울음을 모호한 어법으로 단지 일별하고 지나간다. 울음과 웃음을 비대칭의 대칭구조 속에서 파악했다면 좀 더 명쾌한 이야기가 나아왔을 법한데 말이다. 책 전체의 구성, 그러니까 통시적 맥락과 공시적 지평의 교직이 우연적이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못하고 되작거리기를 반복하던 중, 또 다시 우연히 교보에서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을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3부 제9장 <비극 축제와 희극 축제: 동정심 형성, 혐오감극복>을 발견했다. 이 부분을 먼저 읽었음은 물론이다. 더 많은 레퍼런스가 있겠지만 그것들을 찾기보다 누스바움의 도움만 받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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