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쯤 누군가 아내한테 레마탄을 선물로 주어서 함께 살게 되었다. 진초록 잎새의 반짝거림이 인상적이었다. 노문 없이 피는 다홍색 꽃망울은 참으로 앙증맞았다. 볼 때마다 신기한 느낌이 솟아나곤 했다. 거실 베란다에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딸아이 방 베란다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둔 때문인지 한여름이 되도록 그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 문득 보니 잎사귀가 모조리 떨어져 화분 주위에 수북이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바짝 마른 회색 줄기로 자신의 죽음을 모질게 증언하는 그 앞에서 내 가슴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져버렸다. 워낙 식물 형 인간인 나는 가까운 사람 죽은 것만큼이나 충격과 죄의식에 순간적으로 휘감기고 말았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나는 실오라기만한 희망 하나를 끌어내어 곡진히 물을 주기 시작했다. 제법 긴 기다림의 시간이 흐른 또 다른 어느 날 내 시야에 레마탄의 연두 빛 새잎 하나가 톡 튀어 들어왔다. 그 뒤 눈부신 속도로 잎새의 초록빛은 번지고 번져갔다. 그 전보다 더 무성하게 덤불을 이루었다. 얼마 동안 나는 이 부활에 잠겨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쌓여가던 어느 순간 나는 이상한 발견 하나에 또 가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꽃이 피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물론 알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레마탄의 이치가 있으리라 믿고 다시 기다림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올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그는 잎사귀를 절반 이상 떨어뜨렸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물론 알 수 없었다. 엊그제 나는 그 이치 대신 결과를 목격하게 되었다. 연다홍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것이다. 이제부터 기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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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2020-03-1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쁘네, 자네의 곡진한 정성이 그를 살렸네. 죽음에서 부활생명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