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시스템으로는 세월호가 끊임없이 반복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368쪽- 곽수인 엄마 김명임)


마고사키 우케루가 쓴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에 따르면 미국의 일본 지배도구는 언론과 검찰이었다. 미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부패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려주면 언론이 스캔들로 만들고 이것을 검찰(동경지검 특수부)이 수사해서 자주파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사회 각계에 포진해 있는 친미파 인사들의 광범위한 백업이 ‘인프라’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낯익은 풍경 아닌가.


35년 동안 지속된 일제 식민 통치와 이 제도를 거의 그대로 이식한 미군정이 대한민국 통치의 실질 체제이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첩적이다. 매판집단은 응당 친일파, 친미파 둘이다. 물론 둘의 경계는 모호하거나 없다고 봐야 하지만 구태여 둘이라고 하는 것은 의존과 착취가 이중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매판집단의 자체적인 힘도 훨씬 강고해 시스템을 굴리는 독자적 기술을 지닌다.


지구 최강의 매판집단이 존재하는 한 이 땅에서 416은 되풀이될 것이다. 안전사고를 가장한 이런 제노사이드만 416인 것은 아니다. 부도덕한 ‘강남좌파’의 위선을 까발려 공정과 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체 하면서 자주정서에 찬물을 끼얹고 진보의지에 허무 바이러스를 살포함으로써 공동체 일각을 허물어버린 이른바 조국사태도 다른 버전의 416임을 대다수가 모른다. 저들은 갈수록 교활해질 것이다.


매판이 교활해질수록 우리사회의 문제의식은 난잡하게 왜곡된다. 이 땅 언론과 지식인이 현 상황에서 ‘강남좌파’ 문제를 돋을새김 하고 나서는 것은 프랑스 언론과 지식인이 ‘캐비아 좌파’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과 사뭇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나라 말아먹은 매판이 전선을 조작하고 교란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을 조장해 시대정신을 소리 없이 살해하는 것은 얼마나 영악한 416이랴.


전방위·전천후의 416들은 미래의 공포가 아니다. 나는 아니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미래로 밀어 놓는 것뿐이다. 감각을 열면 416들은 시시각각 느껴지는 현재의 고통이다. 삼성은 연말정산 내역을 뒤져 진보 성향 사회단체에 기부한 임직원 수백 명을 색출했다. 쌍용은 복직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무급휴직 노동자 47명에게 무기한 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매판의 발길질은 들이닥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