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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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나는 죽으면 없어지지만 책·······은 안 없어지니까.(359쪽-찬호 아빠 전명선)


대학교수들이 지목한 2019년 사자성어가 공명지조共命之鳥다. 전체 응답자 1054명 가운데 33%(복수 선택)의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그 다음 29%의 지지를 얻은 것이 어목혼주魚目混珠다. 모두 이른바 조국전쟁과 유관하다. 우리사회 지식인의 전형인 대학교수란 자들이 나라 전체를 요동치게 만든 이 사건을 고작 양비론 따위로 정리하고 젠체한다. 매판독재분단세력의 본진이 짠 프레임과 배후조종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그린 씁쓸한 풍경화다. 지식인에게 느끼는 대 실망 그 연말판인 듯하다.


최종후보 10개 중 나머지인 반근착절盤根錯節, 지난이행知難而行, 독행기시獨行其是, 격화소양隔靴搔癢, 비이부주比以不周, 분붕이석分朋利析, 진퇴유곡進退維谷, 간어제초間於齊楚 모두 살펴보아도 정곡을 찌른 것은 없다. 그나마 4. 반근착절盤根錯節, 5. 지난이행知難而行은 적폐 청산의 어려움과 독려를 품어 비교적 근사 값을 취하고 있을 뿐. 본질을 흐리는 어려운 말로 지식인의 권력을 확인하는 알량한 이벤트다. 어떤가, 차라리 삼척동자도 아는 똑떨어진 일갈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문학가와 더불어 대표적 문인인 대학교수가 여기서의 사자성어 선택이 이 모양이라면 그들이 다른 데서 쓴 무슨 뜨르르한 책이라 한들 다를 바 있겠나. 더군다나 416을 쓴 책이라면, 아니 하다못해 쪼가리 글 하나라도 나는 그다지 읽고 싶지 않다. 또 다시 실망과 분노를 자아낼까봐서다. 이미 나는 2014년 10월 28일 『눈 먼 자들의 국가』리뷰 <공공公共의 상상력을 위하여>에서 그 실망과 분노를 표한 바 있다. 이른바 ‘세월호 문학’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에도 내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상상력은 유한한 존재인 타자에게서 무한을, 그러니까 개체에서 전체를 은유해내는 사랑의 능력이다. 사랑의 능력은 존재 간 네트워킹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다가감과 받아들임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다만 예술적 창작과 과학적 발견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존재의 진실과 세계의 진리를 충만하게 드러내는 결절점이다. 결절점인 상상력은 본질상 공공의 실재다. 공공의 실재는 특정 권력의 지평과 주류사의 맥락을 꿰뚫고 간다. 상상력이 도발과 혁명의 기별인 소이다.


대학교수며 문학가며 책깨나 쓰는 지식인들이 여태껏 발휘한 416상상력, 아니 상상력416은 무엇이었나. 공명지조 류가 아니었으며 어목혼주 급이 아니었던가. 왜 이 미증유의 학살사건 전체를 상상하지 않는가. 왜 권력의 지평 안에서 지껄이는 똑똑한 개소리로 글을 쓰는가. 왜 주류사의 맥락 안에서 전문가적 편견으로 책을 만드는가. 그것들을 길이 남겨 어찌 하려는 것인가. 찬호 아빠 전명선에게 그 글이며 책 나부랭이는 과연 무엇인가. 쓰는 것은 자유지만 찬호 아빠 전명선 눈에 띄지 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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