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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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를 가만 놔두지를 않는구나. 엄마가 외롭게 처져 있게 두지를 않고 자꾸 뭔가를 하게 하는구나. 마을로 들어가서 우리가 받은 만큼 봉사도 하고 어려운 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안산이 우리 아이들로 인해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325쪽-신호성 엄마 정부자)


죽음의 방식으로 현존하는 실재인 신호성과 삶의 방식으로 현존하는 실재인 엄마 정부자가 함께 사회를 바꾸어가고 있다. 신호성이 죽음의 방식으로 현존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살아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의 윤리를 구성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신호성이 부패한 권력의 손에 학살당한 사실은 분하고 억울하나 거기서 멈추면 강탈된 목숨 값도 그것으로 퉁 쳐진다.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바꿀 때까지 죽은 자와 산 자의 연대행진은 멈출 수 없다. 이 무궁한 행진이 신의 역사다. 산 자가 죽은 자의 음성을 듣고 십자가를 지며, 죽은 자가 산 자의 발걸음을 따라 부활할 때 하느님나라가 건설된다.


하느님나라는 천둥번개 거느린 기적으로도 거대한 토건으로도 오지 않는다. 작디작은 근본을 소리 없이 일깨우며 온다. “아이들로 인해” 엄마들이 “마을로 들어가서” 미미하게 “봉사”하고 소소하게 “어려운 분들을 만나는 일”로 온다. “안산”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 할 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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