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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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올림머리 하고 다녔어요. 박근혜 때문에 이제 올림머리 안 하지·······(321쪽-김도언 엄마 이지성)


사실 올림머리는 박근혜만 한 게 아니지만, 박근혜의 올림머리는 416과 관련된 범죄적 상징이 되었다. 416가족과 ‘깨’시민에게 경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박근혜 때문에 올림머리 안 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김도언 엄마 이지성의 결기[결끼]다.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쯤 결기를 품어야 산다. 결기는 자기만의 결을 실답게 지니기 위한 상징으로서 일종의 선언이다. 품어서 어떤 실제 효과를 낸다거나, 품지 않아서 실제 어떤 지장이 있지는 않다. 오직 자기 스스로 삶의 기조를 다지고 옹골차게 나아가는 깃발로 삼을 따름이다. 타인은 대부분 모르고 알아도 무의미한 그런 것이다.


김도언 엄마 이지성의 올림머리 여부가 416진실 규명 여부와 무관하다는 것은 췌언의 여지가 없다. 김도언 엄마 이지성이 이 사실을 모를 리도 없다. 김도언 엄마 이지성은 고요하되 뜨겁게 김도언을 가슴에 품고 살기 위해 올림머리 안 하는 자신을 기릴 뿐이다.


내 결기는 이거다: 매일 아침 416아이들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부름으로써 251명이 진료하는 한의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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