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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엄마들이 “왜 단식을 해? 솥 걸고·······밥 먹으면서 싸워야지. 어떤 놈 좋으라고 단식을 해?” 농담으로 그렇게 말해요. 그런 농담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힘들게 싸우면서 엄마들이 변한 건데, 세상·······은 ‘아이들을 잊어서, 그리움이 덜해져서 저렇게 웃고 농담·······하는구나.’ 그러죠. 저희는 끝까지 가기 위해 그러는 거예요.(312쪽-오준영 엄마 임영애)
문득 김선우 시인이 떠오른다. 2011년 희망부스 방송 진행 때 만나 선물한 자신의 책 『캔들 플라워』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웃으며, 함께, 끝까지!” 2014년 416엄마들을 만났을 때 그는 똑같은 다짐과 격려를 했을 테다. 수탈당하는 약자의 천명과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의 천명이 맞물리는 지점은 언제나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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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당한 사람의 웃음은 시간 풍화가 빚어낸 기억과 감정의 허름한 경계를 뚫고 나온 키들거림이 아니다. 웃기도 해야 살지, 따위 균형도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감정을 옹골차고 유연하게 하는 곡진한 제의다. 축제다. 타인이 애먼 소리로 끼어들 계제가 아니다. 무례 너머 2차 가해를 범하지 않으려면 맞장구치고 웃을 따름이다.
오준영 엄마 임영애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내 삶은 웃음에도 옹색했고, 웃음을 지어내는 일에도 옹색했다. 깨달음보다 병이 먼저 올 만큼 너무 일렀던 슬픔 탓이리라. 여생이 얼마나 될까. 정색하고 웃음을 마주해야겠다. 64년이나 울음에 뒤쳐진 감수성으로 살아 쉽지는 않을 테지만 해보는 거야. “자! 웃으며, 함께,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