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애 낳고 산후조리원에 같이 있던 언니가 있어요. 아이 생일이 같아서 매년 만났어요. 큰애들도 동갑이고 둘째도 생일이 같고. 장례식 때 보고 4년 만에 처음 만났어요.

“경희야, 너 시연이 시신 사진 가지고 있지?”

“응.”

“나 그것 좀 보여줘. 내가 우리 시연이 마지막에 입관할 때 못 가서,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너한테 못 왔어. 나 그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언니, 볼 수 있겠어?”

“괜찮아. 우리 딸인데 왜 못 보겠어? 우리, 엄마잖아.”(309~310쪽-김시연 엄마 윤경희)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를 읽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이율배반의 찰나를 여기 대화에서 베이듯 맞닥뜨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바로 그때 내가 대화 첫 문장에서 ‘시신’ 두 글자를 흘리고 읽었다는 사실을 불현듯 알아차린 것이다. 곧 이어 깨달음이 들이닥쳤다. 나의 참혹에 참여하는 남은 없다. 나의 참혹에 참여하는 이는 나와 함께 나‘들’이다. 결국 나는 나‘들’을 목격하고 눈물을 쏟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참혹 앞에서 눈 질끈 감은 남인 것이다. 이천 마흔 한 날 째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살아왔음에도 나는 여전히 아이들의 참혹, 그러니까 죽음의 물적 실재 앞에서 산 자의 알량한 피부를 드러내고 있구나. 이 죄 깊은 아둔함이여! 나는 고꾸라진다. 무릎을 꺾는다. 온 몸을 땅바닥에 엎는다. 온 영혼을 찢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