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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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에는 교회가 삶의 중심이었어요. 모든 활동들이 교회가 시작점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단절된 거죠. 애들은 좋은 곳에 갔으니까 이제 마음에 묻어라, 이런 말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비치는 게 있어요. 제가 마음이 상했던 건 교회 안에서 세월호 얘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가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부흥회를 한다면, “세월호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기도 많이 해야 합니다”라고 부흥회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세월호가 언급돼요. 세월호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걸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컸던 거죠. 그들이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기들이 의도한 생각 속에 우리를 집어넣으려고 하니까 그게 싫은 거죠.(293~294쪽-시찬 아빠 박요섭)


세월호학살을 보는 종교단체 빅3의 시선은 이렇게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개신교 간판스타인 어느 목사는 하나님이 아이들을 죽였다고 설교했다. 천주교 추기경은 교황이 노랑리본을 달고 다니자 떼어주기를 청했다. 불교조계종총본산은 왕생극락하시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체 인간에게 종교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회의에 찬 의문에 종교라면 적어도 죽음 아니 죽은 자 문제만이라도 근원과 실재에 가 닿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빅3 어느 한 곳도 세월호사건 진실에 단도직입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노출된 종교인 개신교는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면 부정 일색의 반응이었다. 비열하게도 자기들만의 하나님 뒤로 숨었고, 희생과 피해를 왜곡·폄훼했으며, 도리어 박근혜를 감쌌다. 이 태도는 지금까지 견지되고 있다. 보수교단 소속이면서도 개신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한 장로는 ‘현재 한국 개신교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상태’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우리사회 거대한 부패 카르텔에 개신교가 전방위·전천후로 개입되어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개혁 과제 가운데 필경 가장 중대한 것이 종교개혁이리라. 가장 기생적이면서도 가장 끈질긴 실재악의 본진이기 때문이다. 영성 없는 교회와 불성 없는 절을 모조리 때려 부수지 않으면 이 땅은 종당 종교좀비의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만방의 신불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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