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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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년 동안은 집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나가면 또 불안하고 그런 게 반복이었어요. 마음이 계속 불안해. 이 불안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288쪽-남지현 엄마 전옥)


엄마가 아버지한테 매 맞는 것을 보면서 딸은 엄마와 똑같은 통증과 공포에 얼어붙는다. 엄마가 그런 삶을 왜 이어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망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이것은 내재화된다. 결국 그 딸도 어머니와 같은 삶의 경사를 따라 미끄러진다.


남지현을 잃어버린 전옥의 저 불안도 본질상 이와 다르지 않다.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시시각각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언제 어디서나 그 차디찬 바닷물과 마주친다. 공포가 범람해 불안이 된다. 불안의 시간은 어제도 오늘이고 내일도 오늘이다. 불안의 공간은 집안도 바다고 집 밖도 바다다. 도망갈 짬도 없고 숨을 틈도 없다.


경험 이전의 존재론적 차원에서 보면 엄마와 딸은 연속성이 강한 생명 네트워크다. 급격한 분리는 겉잡을 수없는 불안을 몰고 온다. 딸과 분리되었을 때 느끼는 엄마의 불안은 딸 이외의 어떤 사람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 딸이 없다. 불안은 고립된다.


남지현 엄마 전옥은 고립에서 벗어났을까. 지금쯤이면 이미 불안의 검고 푸른 눈동자를 웅숭깊게 들여다보는 법을 넉넉히 터득했으리라. 저 416영성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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