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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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면 작은애가 알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딸이 되고, 걔가 엄마가 돼요.

“엄마, 괜찮아. 잘하고 있어.”(253쪽-곽수인 엄마 김명임)


우환 든 집 아이 일찍 철든다는 말이 있다. 삶이 곤경에 처할 때 제풀에 각성해 헤쳐 나아가는 성숙성을 일러 하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였던 적이 거의 없었다. 태중에서 시작된 절대곤경은 서둘러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태어나자마자 미음부터 먹었다. 6개월 만에 걸었다. 4살 때 엄마가 사라진 뒤부터 모든 결정을 홀로 내렸다. 10살 때 처음 같이 살게 된 아버지는 내 삶의 과정에 발 들일 줄을 아예 몰랐다. 그 아버지와 10년을 버성기다 나는 다시 홀로 되었다. 홀로살기를 고수하다 느지막이 서방 되고 아비 됐으나 여전히 나는 홀로살기에 익숙하다. 아내한테 딸한테 서로 다른 마음결로 한없이 미안하다.


아이 자라 어른 되는 법. 나의 어른은 끝내 깊은 허기 하나를 떨쳐내지 못한다. 내 발뒤꿈치에 붙었던 나뭇잎 때문이다. 나뭇잎 떨어진 그 자리를 파고든 것은 예의 그 우울증이었다. 웃자란 어른에게는 불가항력인 운명이다. 이 운명은 곧바로 곽수인 여동생이 “엄마,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는 목소리에서 내 생체진동수를 감지한다. 내 감각이 과잉이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엄마와 딸의 전도가 놀이거나 상징이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416엄마가 품어주어 아이가 웃자라지 않도록 하리라 믿는다.


어른 시늉만 하는 ‘아이’들이 지배하는 우리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대체 뭘까? 웃자란 어른의 발뒤꿈치로 시름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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